카카오가 카풀에 이어 또다른 모빌리티 서비스를 내놨다. 이번엔 공유 전기자전거 ‘카카오T바이크’다. 일단 쉽게 접할 수 있다. 카카오택시 등을 사용할 때 깔았던 카카오T 앱을 열면 된다. 어느새 ‘바이크’ 탭이 추가돼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확장성이 갖는 힘이다.
카카오 이전에도 자전거 공유서비스에 뛰어든 업체는 많다. 전세계 200개 도시에 진출한 중국의 '오포'에 전기자전거 업체로 범위를 넓혀도 우버가 인수한 '점프바이크', '띵땅추싱' 등이 있다. 이처럼 커지는 마이크로 모빌리티(소형 이동수단) 시장에서 카카오의 비교우위는, 장기간 쌓아온 플랫폼 유지·관리 노하우와 월간 실사용자 1000만명의 카카오T 앱이라 할 수 있다.
◆ QR 코드 찍어 잠금장치 풀고 앱으로 배터리 확인
T바이크 시범운영 중인 경기 성남의 판교역을 찾았다. 카카오T 앱을 켜자 주변에 배치된 자전거들이 보였다. 표시된 위치의 T바이크를 찾아 QR코드를 찍으니 잠금장치가 풀렸다. 평상시 뒷바퀴를 고정해 도난을 방지한다. 앱에 자전거마다 배터리 잔량이 표시돼 장거리 운행자가 참조할 수 있다.
배터리가 완충된 경우 40~50km 거리 주행이 가능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배터리 잔량 20% 이하 T바이크는 이용할 수 없게 해놓았다. 운영팀이 배터리가 부족하거나 장기간 미사용 방치된 자전거들을 수거, 배터리 충전 및 점검한 뒤 재배치하는 시스템이다. 안전모(헬멧)는 비치돼 있지 않아 개인용 헬멧을 갖고 와 써야 했다.
페달을 밟았다. 모터가 작동하니 일반 자전거보다 확실히 편했다. 오르막길도 큰 힘 들이지 않고 올라갈 수 있다. 전기자전거는 자전거도로와 차도 모두 이용 가능하다. 자전거나 전동킥보드와 다르다. T바이크는 별도 거치대도 없다. 이용 후 적당한 곳에 거치하고 잠금장치를 채우면 된다. 지정 거치대에 세워야 하는 서울시 공유자전거 ‘따릉이’와 차이 나는 부분이다.
단 이용가능 지역을 벗어나 세워두면 벌금 1만원을 내야 한다. 운영팀에서 수거하러 멀리 이동해야 하는 데다 타 지자체가 T바이크를 임의 수거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성남과 인천시 연수구에서 T바이크 1000대를 시범운영 중이다. 이용료는 15분까지 기본요금 1000원, 이후 5분당 500원씩 추가된다. 자전거 보험은 지자체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 사고가 나도 보험 처리가 가능하다.
◆ 오포 실패이유는 도난·방치…'자전거 관리'가 관건
사용자 체험과 만족도 못지않게 카카오T바이크의 성패는 ‘관리’에 달려있다. 자전거 공유서비스엔 예상되는 우려가 몇 가지 뒤따른다. 자전거 도난 가능성, 방치 문제가 대표적이다. 빠르게 성장했던 오포가 경영난에 빠진 것도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탓이다. 길거리 아무곳에나 자전거를 던져놓는가 하면 하천에 던지는 사례까지 생겼다.
T바이크는 전기자전거라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수거 및 재배치 외에 배터리 체크·충전·교체가 추가된다. 그것도 사용자에게 불편이 없을 만큼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해야 한다.
사용자 데이터를 축적해 정교화하는 작업도 요한다. 마치 베테랑 택시기사가 손님이 많이 타는 요충을 훤히 꿰는 것처럼, 데이터가 쌓일수록 어디에 T바이크를 배치해야 효율적일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놀고 있는 자전거를 줄일수록 T바이크의 성공가능성은 높아진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이러한 포인트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자전거 공유 서비스는 운영과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며 “카카오T 플랫폼의 유지·관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운영팀 인력을 대거 채용했다. 운영팀은 계속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시작은 좋다. 성남과 인천 연수구에서 T바이크 서비스를 시작한 지 2주 가량 지났지만 아직 도난·고의파손·사고 등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정보기술(IT) 기업이 밀집한 이들 지역의 특성상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에 친숙한 젊은 이용자들이 많고, 기본적으로 해외에 비해 치안이 좋은 점도 한 이유로 추측했다.
◆ 논란 된 모빌리티 공유서비스, 자전거는 괜찮을까?
모빌리티 공유서비스는 기존 이해관계자들의 대립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카카오가 앞서 선보인 카풀이 대표적이다. 택시기사들의 반대가 거셌다. 실정법 위반 이슈도 단골로 제기된다. 타다가 승합차를 활용해 위법 소지를 피한 게 반증이다.
‘소유’가 아닌 ‘공유’인 탓에 생긴 문제도 잇따랐다. 예컨대 쏘카 등 자동차 공유 서비스의 경우 차 안에서 흡연하거나 이동거리 기반 이용료 측정 맹점을 악용해 급가속·급제동을 일삼는 등 다른 이를 배려하지 않는 무개념 이용자 수가 상당했다. 기자가 이용한 T바이크의 경우도 앞선 이용자가 다 마신 일회용 커피컵을 치우지 않고 내렸다.
최근 뜨는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역시 관련 규범이 없어 위험을 무릅쓰고 차도로만 다녀야 하는 문제가 있다. 동시에 인도로 다니는 이용자들에 대한 규제도 쉽지 않다. 서비스 이용 규모가 커지면 안전사고 위험, 보험처리 문제 등이 논란을 빚을 여지가 있다.
T바이크는 기존 모빌리티 공유서비스들과는 달리 별다른 문제없이 순항 중이다. 전용도로나 관련 규범이 이미 어느 정도 갖춰진 데다 전기자전거 이용으로 인해 직접 피해를 받는 이해관계자도 많지 않아서다. 지차체와의 협의도 잘 진행됐다. 그러나 아직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
◆ "일자리 늘리는 공유 서비스" 사업성 뒷받침 돼야
T바이크의 강점 중 하나는 이용자 편의뿐 아니라 일자리를 늘린다는 것이다. 전기자전거의 특성상 언제나 충전, 배터리 교체, 수거 및 재배치 등 유지·보수가 필요하다. 적잖은 인력이 요구된다. 카풀에 비하면 기존 사업자와의 충돌 소지도 적다. 대중교통으로 가기 애매한 ‘틈새 수요’를 파고든 덕분이다.
T바이크는 데이터를 활용해 이용패턴을 분석한다. 자전거가 필요할 만한 장소를 사전 예측해 배치한다. 서비스 지역 내 자전거가 필요할 만한 지점이다 싶은 곳에는 어김없이 노란색 T바이크가 서 있다. 규모의 경제가 아닌 최적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존 공유자전거 실패의 근본 원인은 급격한 확장으로 인한 버블이었다. 중화권에서 시작된 공유자전거 산업은 2016년 말 유행의 정점을 찍으며 우후죽순 업체가 늘어났다. 과잉공급 상황이 되자 관리가 소홀해졌다. 곳곳에 자전거가 방치되며 ‘자전거 무덤’이란 비판까지 받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향후 전국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빅데이터를 이용해 지역별 이동 특성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만약 T바이크의 비즈니스모델이 안착한다면 세계적으로도 드문 전국 단위 자전거 공유서비스 성공사례가 될 것이다.
성남=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영상촬영=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영상편집=조상현 한경닷컴 기자 doytt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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