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서 지식사회부 교육팀 기자) #1. 예비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서울교대에서는 최근 남학생들이 여학생들 외모에 점수를 매기는 ‘자료집’를 만들어 돌려보는 관행이 몇년간 이어졌다는 폭로가 나왔습니다. 국어교육과, 초등교육과 일부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의 사진을 동의 없이 수집해 문서 형태로 공유하고 남자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들의 외모를 품평했다는 겁니다. 졸업생 중 일부는 현직 교사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남학생들은 “성희롱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하는 대자보를 붙였습니다.
#2. 대구교대에 재학 중인 한 여학생은 지난 16일 소셜네트워크(SNS) 서비스에 “입학 당시 남자 선배와 남자 동기들이 ‘X파일’이란 이름으로 여학생들의 얼굴 순위를 매겼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술자리에서 신체 접촉이 있는 게임을 강요하거나 성희롱 발언을 하는 일도 잦았다고 호소했습니다.
#3. 지난 21일 경인교대 SNS 페이지에는 이 학교 체육교육과 15학번 남학생들이 모인 단체카톡방에서 여학생들에 대한 성희롱이 오갔다는 익명 제보가 올라왔습니다. 제보자가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 사진에는 한 남학생이 “휴가 때마다 XX(여학생 이름)랑 성관계하면서 군대 한 번 더 vs 대학 내내 성관계 안 하기”라며 특정 여학생을 성희롱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한 남학생이 특정 여학생을 지칭하며 심한 욕설을 하자 다른 학생들은 웃으며 이에 동조하거나 방관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최근 예비교사를 양성하는 교대에서 남학생이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상적으로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미래에 혹은 현재 교실에서 매일같이 학생들을 대하는 예비·현직교사들이라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학생들을 집단 성희롱한 남학생들, 초등교사가 되지 못하게 막아주세요’라는 글도 올라왔습니다. 청원글은 “지속적이고 집단적으로 여학생들을 품평하고 성희롱해온 남학생들이 초등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 아이들을 성범죄자로부터 보호하고, 안전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지켜달라”고 말했습니다. 22일 오후 기준 6만5000명 넘는 이들이 이 청원에 동참했습니다.
학부모들은 불안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합니다. 초등생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잇따르는 ‘스쿨미투’가 보여주듯 학내 성폭력이 끊이지 않아 가뜩이나 학교에 보내기 불안하다”며 “기본적 자질도 갖추지 못한 사람을 나중에 아이 담임교사로 만나게 될까 두렵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학부모 B씨는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가진 이들이 지금도 아이들과 함께 있을 수도 있다는 것 아니냐”며 “철저하게 조사해서 성희롱에 가담했던 현직교사들을 가려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현직교사들도 분노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초등교사 C씨는 “교대는 남자교사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라며 입학 정원의 30~40%를 남학생들만 받고 있다”이라며 “이 같은 쿼터제에 대해 회의감이 들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사태가 커지자 지난 18일 김경성 서울교대 총장은 담화문을 내고 “이 문제가 지니는 긴박성과 심각성을 고려해 총장을 위원장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며 “학내 교수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위원회에서 신속하고도 철저한 조사를 시행하고, 조사결과 명백히 문제 있는 행동을 한 학생들은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했습니다.
현직교사로 근무 중인 졸업생들에 대한 조치도 언급했습니다. 그는 “졸업을 하고 교사가 된 졸업생의 조치는 현재 소속 학교나 단체 등과 적극적으로 협조해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조처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경인교대 등도 관련 조사에 나섰습니다. (끝) /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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