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지역주택조합이 “개발업자 한 명이 사업부지에 130억원대 근저당권을 잡고 합의금 100억원을 요구하며 주택 사업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 수성범어지역주택조합원 400여 명은 2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라움아트센터 앞에서 “개발업자 박모 씨가 사업 부지 내 90.7㎡ 땅에 무려 135억원의 근저당권을 잡은 탓에 상반기 예정된 분양 일정이 수개월 늦어지고 있다”며 근저당권 해지를 촉구했다.
이들은 “박모 씨가 근저당권을 설정한 땅은 감정평가액 3600여만원밖에 되지 않는다”며 “박모씨가 근저당권이 말소되지 않으면 분양사업이 불가능하는 것을 알고 의도적으로 고액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100억대의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성범어지역주택조합은 대구 수성구 범어동 189의2 일원에 있다. 1868가구 규모의 주상복합단지를 상반기 분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박모 씨가 사업 부지 내 90.7㎡ 땅에 설정해놓은 근저당권 탓에 분양이 늦어지고 있다는 게 조합 측 설명이다. 관련 등기부등본을 보면 박모씨는 2006년 2월 해당 부지 6분의 1에 대해 135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박모씨는 강남권에서 고급빌라를 지었던 부동산 개발업자로 알려졌다.
분양일정이 늦어지면서 분담금을 낸 조합원은 거액의 금융비용을 물어야할 처지다. 최재환 수성범어지역주택 조합원장은 “조합이 차입한 금액은 2600억원 대로 사업 지연이 지연되면서 조합원 950명이 내는 한달 금융이자만 15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주택조합은 무주택 세대주가 조합을 꾸려 직접 토지를 매입하고 아파트를 짓는 방식이다. 무주택이거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 1채만을 소유한 세대주가 조합원이다. 이날 집회를 찾은 김옥희 씨(43)는 “내 집 마련을 꿈꾸며 있는 돈 없는 돈 털어 넣었는데 난데없이 이런 일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한편 조합은 근저당권 말소를 위해 지난해 공유물분할등기 소송을 제기한 뒤 25일 임의경매를 앞둔 상태다. 조합이 경매에서 해당 부지를 낙찰받으면 근저당권은 말소된다. 그러나 박모 씨가 부지를 낙찰받을 경우 근저당권은 그대로 유지된다. 조합 측은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과 검찰청, 국세청 등에 탄원서를 제출해 지속해서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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