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제품'들이 식품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특이한 조합의 제품을 발표해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1석2조의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코카콜라는 지난 11일 '커피 코카-콜라'를 선보였다. 당분이 없는 제로 코카-콜라에 커피 분말을 섞은 제품이다. 커피 맛 사이로 코카-콜라 특유의 탄산이 함께 느껴지는 게 특징이다. 한국코카콜라 관계자는 "점심식사 후 나른함과 식곤증이 느껴지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내놓은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김모씨(38·직장인)는 "커피와 콜라가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마셔보니 생각보다 괜찮았다"며 "맥콜과 유사한 맛"이라고 했다. 맥콜은 1982년 일화가 출시한 보리 탄산음료 제품으로 보리의 고소한 맛과 탄산음료의 달고 톡 쏘는 맛이 어우러진 게 특징이다. 또 다른 소비자 유모씨(35·직장인)는 "이름 만으로도 어떤 맛일지 궁금함을 자극한다"고 했다.
이 제품은 터키와 베트남 등 해외에서 먼저 나왔다. 코카-콜라로 매출이 쏠려 있는 글로벌 코카-콜라사(社)가 제품 라인업을 다변화 해보자는 차원에서다. 한국코카콜라 관계자는 "이 제품을 해외에서 먼저 접한 국내 소비자들이 한국에서도 구매하는 등 초기 반응이 괜찮다"고 말했다.
빙그레는 지난달 우유에 고구마를 섞은 '굿모닝 우유 고구마(고구마 우유)'를 내놨다. 국내산 원유에 호박고구마 농축액과 밤꿀이 들어간 제품이다. 지난달 출시되자 마자 1만8000개(900mL 기준)가 판매됐고 이달에는 지난달의 두 배가 넘는 5만개가 팔려나갔다. 빙그레는 이외에도 오디맛 우유, 귤맛 우유, 리치피치맛 우유 등 '세상에 없던 우유'라는 콘셉트로 우유에 개성 강한 재료를 섞어 출시하고 있다.
김하나 빙그레 데어리팀 대리는 "검은콩우유와 곡물 등에 치중돼 있는 가공유 시장에서 새로운 향료를 찾던 중 고구마를 발견했다"며 "카페 등에서 볼 수 있는 고구마라떼로 인해 소비자들이 친숙하다는 점도 제품 개발에 한몫 했다"고 설명했다.
치킨·피자 프랜차이즈 '치킨과바람피자'는 최근 치킨에 짬뽕의 국물 맛을 담은 '핫오징어짬뽕치킨'을 내놨다. 이 제품은 특히 10~20대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다. 동아제약은 음료 형태로만 마시던 자양강장제 '박카스'를 젤리로 먹을 수 있는 '박카스맛 젤리'를 최근 출시했다. 푸르밀은 지난해 커피에 차(茶)를 섞은 '이번에는 커피에 홍차를 넣어봄', '이번에는 커피에 녹차를 넣어봄' 등을 선보였다.
이들 제품은 주로 10~20대 소비자들이 구매 인증사진과 함께 맛 체험기 등을 온라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공유하며 재미의 소재가 되고 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예전에는 식품 구매의 기준이 맛과 가격이었다면 이제는 '재미'라는 요소가 추가됐다"며 "특히 젊은층 사이에선 이같은 기준이 강력하게 자리잡으면서 식품업체들 사이에선 이런 '펀(fun)' 요소가 있는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1월 발표한 가공식품 소비자 태도 조사에 의하면 다수의 소비자가 새로운 음식에 호기심이 높고 맛과 영양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식품 소비 상황 일치도를 조사한 결과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는 것을 좋아한다'는 5점 만점에 3.4점을 기록해, '맛을 중시한다'와 '영양을 고려한다'는 기존의 가치보다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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