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과 이별해야 하는 순간

입력 2019-03-24 16:07  

김동엽의 성공하는 소수의견 (11)


“시대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그 시대의 유행이나 대세에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버릇처럼 하는 말 중에 “우린 땐 안 그랬는데…”라는 말이 있다. 지금의 펼쳐지는 일들이 낯설 때 나오는 말이다.

지금 시대가 어떤가. 필자가 청소년 시절을 보냈던 1980년대와 시간상으로도 30여 년 간격이 있지만 정말 많이 달라졌다. 예전엔 미국은 절대불변의 맹방이라 표현해도 모자랐다.

지금도 여전히 우방이라 표현하지만 경제와 정치적인 면에서 경쟁관계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한국이 미국을 일부 견제하는 사이가 됐다. 중국은 어떤가. 20여 년 전만 해도 공산주의 종주국으로 상대할 가치가 없는 적대국이었지만 지금은 중국 시장이 없으면 큰일 난다는 기업이 부지기수에 달한다. “중국 제품이 가성비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제 강국이 됐다.

주식시장에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오로지 미국 증시가 어떤지만 보던 시대에서 한국시간으로 오전 10시30분에 개장하는 상하이증시에 더 신경이 쓰이는 시대로 바뀌었다.

중국이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 마치 한국에도 훈풍이 불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긴다. 이렇게 시대는 변했고, 또 더 빠른 속도로 변할 것이다. 이미 중국은 한국 주력산업을 위협하는 제조 굴기를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안보동맹의 상징이던 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하는 등 경제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각자도생의 시대다. 미국의 경기가 장기 호황세를 유지하거나 금리 인상을 중단하더라도 그 낙수 효과가 태평양 건너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미국 경제가 좋아져야 한국도 좋아진다는 단순한 셈법이 통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각국이 저마다의 살길을 우선시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투자자들도 낯선 환경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증권시장에 오랫동안 불문율처럼 여겨졌던 투자에 대한 상식을 달리 해석해야 한다. 이제 익숙한 것을 놓아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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