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억원대 급매 모두 팔리자
17억원대 매물도 거래돼
[ 윤아영 기자 ] 서울 송파권 일부 대단지 아파트의 호가가 급반등하고 있다. 급매물이 모두 소화되자 호가가 저점 대비 수천만원에서 1억원 올랐다. 다만 거래량이 적어 서울 아파트 시장이 조정을 끝냈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송파 가장 먼저 반등
24일 송파구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 주말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가 17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달 초 16억원대 급매물이 먼저 팔렸다. 지난주엔 10여 건의 16억원대 매물이 거래됐다. 이어 지난 주말 17억원대 매물이 소화되기 시작했다. 잠실동 S공인 관계자는 “17억원대 매물을 내놓은 다른 집주인들이 가격이 다시 오를지 지켜보겠다며 매물을 거둬들였다”고 전했다. 이 주택형은 지난해 9월 19억1000만원에 최고가 거래를 찍었다. 하지만 ‘9·13 부동산대책’ 여파로 3억원 가까이 호가가 하락했다.
9·13 대책 이후 1억~2억원씩 떨어졌던 잠실 엘스와 리센츠, 트리지움 등 잠실동 아파트의 실거래가도 반등했다. 잠실 트리지움 전용 84㎡는 14억원대 매물이 10여 건 소화되자 15억원대로 진입했다. 리센츠 전용 84㎡ 호가도 14억~15억원대 급매물이 팔린 뒤 16억원대로 올랐다. 잠실동 K공인 관계자는 “시세보다 싸게 나오는 ‘급매’가 바로바로 소화되자 호가 하락이 멈췄다”고 전했다. 신천동 파크리오도 급매물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신천동 J공인 대표는 “아직 저가 매수 움직임이 있는 건 아니지만 급매물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아파트가 반등에 성공하자 강남구 소재 아파트의 급매물도 소화되고 있다. 강남권의 대표적 재건축 아파트인 대치동 은마는 지난 한 주 동안 6건 거래됐다.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작년 8월만 해도 최고 1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올해 1월엔 14억원에 손바뀜했다. 이달 들어 15억원대에서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압구정현대 아파트도 이달 들어 5~6건가량 거래됐다.
불확실성 해소에 실수요자 매수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발표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실수요자가 급매물 매입에 나섰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서울에서 신규 분양하는 아파트의 분양가격이 시세에 근접해지자 실수요자가 청약하는 것보다 ‘급급매’를 매입하는 게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공시가격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미국 금리 동결로 대출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낮아지자 실수요자가 매수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런 영향으로 서울 부동산 시장이 다음달 보합권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보유세 부담으로 ‘급급매’가 쏟아질 것으로 기대한 실수요자의 기대심리가 무너지면서 단기적으로 보합권에 진입할 수도 있다”며 “다만 서울은 올해 새 아파트 입주 부담이 크기 때문에 보합권 진입이 상승세로 이어질 것인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는 본격적인 반등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잠실을 시작으로 일부 단지에서 급매물이 소화되고 있긴 하지만, 서울 전체 시장에서 큰 변화를 느끼긴 어렵다”며 “여전히 매수심리는 위축돼 있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도 바뀌지 않아 단계적 상승으로 이어지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24일까지 서울 아파트 총거래량(신고 건수 기준)은 1303건, 하루평균 거래량(영업일 기준)은 86.8건이다. 3월 말까지 이 추세가 이어지면 1737건가량 거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월 거래량(1583건)보다 늘지만 3월 기준으로는 2006년 조사 후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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