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박기" vs "정당한 권리행사"

입력 2019-03-24 17:15  

15㎡ 땅에 135억 근저당 논란


[ 양길성 기자 ] 대구 수성범어지역주택조합 조합원 400여 명이 지난 23일 서울 역삼동 라움아트센터 앞에서 상경 시위를 벌였다. 고급주택 전문 디벨로퍼인 P회장의 알박기 탓에 사업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 조합은 대구 범어동 189의 2 일원에 1868가구 규모의 주상복합단지를 지을 예정이다. 그러나 P회장이 사업 부지 내 일부 땅(90.7㎡)의 16.6%에 설정해놓은 근저당권 때문에 수개월째 분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P회장은 2006년 2월 보경씨앤씨란 회사가 보유한 사업부지 내 토지 6분의 1 지분에 135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지역주택조합은 사업예정부지의 95%를 확보했을 때 매도청구소송을 통해 잔여 사업부지를 확보할 수도 있다. 그러나 P회장은 땅을 보유한 것이 아니라 일부 지분에 대규모 근저당을 설정해둔 상태다. 조합은 땅의 소유권을 확보하더라도 근저당을 지우지 못하면 분양을 진행하기 어렵다.

조합은 ‘공유물분할을 위한 형식적 경매’를 통해 근저당을 지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법원 경매를 통해 낙찰되면 등기부등본상에 있는 근저당 등 각종 권리가 자동 소멸된다는 점에 착안했다. 하지만 P회장이 경매를 받아버리면 뜻을 이루기 어렵게 된다. 25일 대구지방법원에서 진행될 입찰에선 일단 P회장이 유리하다. 감정가격은 2억1000만원에 불과하지만 P회장은 근저당 설정액까지 써낼 수 있어서다. P회장은 배당을 통해 입찰금액의 6분의 1을 회수할 수 있다.

최재환 수성범어지역주택 조합원장은 “조합이 사업을 위해 차입한 금액이 2600억원대, 조합원 950명이 내는 한 달 이자만 15억원”이라며 “사업을 끌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P회장이 합의금 85억원을 요구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P회장은 알박기를 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금전 관계를 이유로 근저당을 설정했다고 주장했다. P회장 법률대리인인 송명호 변호사는 “보경씨엔씨란 개발회사가 2005년 해당 부지를 개발하기 위해 85억원을 P회장에게서 빌려갔다”며 “원금(85억원)과 이자를 포함한 158억원을 담보하기 위해 135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6년 법원에서도 158억원 지급이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며 “지역조합 설립 이전부터 사업을 추진했으나 회사가 망해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을 알박기라고 주장하는 건 억지”라고 덧붙였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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