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대를 졸업하고 다시 전문대에 입학 원서를 낸 인원이 지난해 9200여 명에 달했다. 이 중 전문대에 입학한 경우는 1537명에 이르렀다. 이 수치가 해마다 크게 증가하는 것을 보면 단순히 개인 차원을 넘어선 사회 현상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그들에게 유턴한 이유를 물었다. 대답은 단순하지만 명확했다. 잠재된 소질과 적성으로 전문적인 일자리를 갖기 위해서였다. 결론은 ‘취업’이다. 어려운 고용환경에서 전문대 졸업생 취업률은 70%를 넘는다. 일반대와의 취업률 격차가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제는 굳이 통계수치를 빌리지 않아도 ‘전문대’ 하면 ‘취업’을 당연하게 떠올리게 되는 등식으로 자리 잡았다.
실리를 추구하는 청년세대는 능력과 실력으로 기성세대가 쌓은 학력주의 옹벽을 넘어서기 위한 도전을 당차게 시도한다. 그 도전 중 하나가 전문대로의 유턴이다. 유턴족은 학벌을 좇아 취득한 일반대 졸업장을 버리고 전문대에서 길을 다시 찾는 것을 ‘다운그레이드’라 여기지 않는다. 자신의 꿈과 미래를 위해 ‘업그레이드’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유턴 현상을 긍정적인 신호로만 봐야 할까? 2015년 국회 자료(유기홍 의원)에 따르면 전문대로 유턴한 입학생들의 졸업비용은 385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대 4년, 전문대 2~4년 동안 학비와 생활비로 가계에서 부담한 금액만이다. 엄청난 비용이다. 뒤늦게 진로를 변경하기 위해 짊어져야 할 고통치곤 너무 가혹하다.
이런 비용 낭비와 고통은 학벌·학력주의를 쌓아 올린 기성세대와 직업교육을 도외시한 국가의 책임이다. 이제라도 중등학교에서는 직업교육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진로지도를 강화하고, 국가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직업교육시스템을 일반교육과 동등한 수준으로 격상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흐름 속에서 국가경쟁력의 활로를 직업교육의 혁신과 확대에서 찾고 있는 경쟁국들의 움직임을 눈여겨봐야 한다. 우리 사회도 직업교육에 대한 편견을 거두고 미래지향적인 시각으로 다시 바라봐야 한다. 학력으로 차별하지 않고 능력으로 입사와 임금, 승진 등을 결정하는 고용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유턴으로 우회하기에는 실업으로 신음하는 청춘들이 너무 안타깝다. 꿈과 소질을 찾아 진로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넓고 곧은 길을 내줘야 한다. 젊은 세대들이 갈팡질팡하지 않고 직업교육으로 직진할 수 있는 고속도로를 건설해 주는 것이 기성세대의 역할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 스스로 업보를 덜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유턴족은 우리에게 외친다. “문제는 취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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