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혁 기자 ] 글로벌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 대격전의 막이 올랐다. 1위 기업인 넷플릭스에 맞서 애플, 디즈니, AT&T 등이 올해 잇달아 OTT 서비스를 본격 시작하며 도전장을 내민다.
애플은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스티브잡스극장에서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을 공개하고 서비스 계획을 발표한다. 애플은 지난해에만 10억달러를 투입, 동영상 콘텐츠 24개를 제작했다. 아이폰 사업의 정체로 성장동력을 OTT 쪽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디즈니는 새 OTT 플랫폼인 디즈니플러스를 오는 9월께 공개하고 AT&T도 연내 워너미디어 등과 함께 새 플랫폼을 선보인다.
"애플, 자사 고객은 온라인 동영상 무료"…디즈니는 '최저가 승부' 예상
미국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은 넷플릭스가 압도적 1위 사업자인 가운데 아마존과 훌루가 일부 시장을 점유한 정도다. 디즈니의 21세기폭스 인수로 훌루의 대주주는 디즈니가 됐다. 여기에 ‘어벤져스’ 등 마블 히어로물,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등 콘텐츠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 디즈니가 향후 재편될 글로벌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에 가장 위협을 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OTT업계 대격전의 키워드는 ‘차별화’다. 애플과 AT&T, 디즈니, NBC유니버설 등 미디어 및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넷플릭스 독주체제를 흔들고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려면 저마다 ‘비장의 무기’로 이용자의 눈길을 잡아당기는 수밖에 없다.
애플은 지난해에만 자체 동영상 콘텐츠 24개를 제작했다. 올해는 스티븐 스필버그, J J 에이브럼스, 데이미언 셔젤 등 유명 감독들과 리스 위더스푼, 제니퍼 애니스턴 등 스타들과 협업한 오리지널 작품을 대거 내놓을 예정이다. 자체 콘텐츠뿐만 아니다. 지상파 방송 CBS, 미디어기업 바이어컴, 제작사 라이언스게이트 등이 보유한 콘텐츠도 서비스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자사 디바이스 이용자에게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다른 회사 콘텐츠는 구독료를 받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우선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뒤 하반기 100여 개국으로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는 오는 9월 새 플랫폼 ‘디즈니플러스’ 출시를 예고했다. 픽사, 마블, 루카스필름, 21세기폭스 인수로 얻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가족 콘텐츠’들을 중심으로 선보일 전망이다. 21세기폭스가 보유한 OTT인 ‘훌루’는 성인용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할 것으로 관측된다.
디즈니는 자사 브랜드의 흥행 영화들이 강점이다. 지난해 세계 흥행 상위 3편은 ‘어벤져스3’ 등 모두 디즈니 영화였다. 21세기폭스 인수로 ‘아바타’ ‘에이리언’ ‘다이하드’ 등도 보유하게 됐다.
신규 플랫폼은 최저가격 방침을 취할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 서비스 업체인 BTIG 측은 월 7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간은 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가 1억6000만 명의 가입자를 모을 것으로 예상했다. 방대한 콘텐츠 덕분이다. 미국 미디어 쿼츠에 따르면 1920년대부터 현재까지 디즈니와 폭스의 모든 영상을 모으면 디즈니플러스는 약 7000편의 TV 프로그램 에피소드와 500편의 영화를 갖게 된다. 넷플릭스는 약 1000편의 오리지널 프로그램 및 영화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통신회사 AT&T는 워너미디어 등의 영화, 오리지널 콘텐츠, 타 제작사 콘텐츠 등 총 세 가지 서비스 상품을 올해 공개할 예정이다. 자체 제작물은 싸게, 라이선스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다른 제작사 콘텐츠는 비싸게 가격을 책정할 것이라고 AT&T는 밝혔다.
AT&T는 워너브러더스, HBO, CNN, TBS, 카툰네트워크 등을 보유하고 있다. 존 스탠키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의 특정한 니즈에 맞게 엄선한 컬렉션과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갖춘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라며 콘텐츠의 양보다 질로 승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신사 컴캐스트가 소유한 미디어 기업인 NBC유니버설은 광고 기반의 OTT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광고 수익을 기반으로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광고 없이 더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월 12달러의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NBC유니버설의 유료TV 가입자에게는 새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어서 출시하자마자 52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게 된다.
■OTT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을 뜻하는 ‘over the top’의 준말. ‘top’은 셋톱박스를 뜻한다. PC 또는 스마트폰 등을 통해 제공되는 영화, 드라마, 예능 등의 동영상 서비스를 아우르는 말로 사용하고 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