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주총에서는 배당 및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모두 이사회 원안대로 통과됐다. 주주들은 현대차 이사회의 주당 3000원 배당(찬성률 86.0%) 안건과 사외이사 후보 추천안(77.3~90.6%)에 압도적인 찬성표를 던졌다. 엘리엇이 제안한 배당(주당 2만1967원) 안건과 사외이사 후보 추천안은 찬성률 10%대를 넘지 못했다. 분식회계 논란을 겪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총에서는 국민연금이 사내이사 선임 등 5개 안건에 반대했지만, 회사 측이 제안한 모든 안건이 그대로 통과됐다. 부쩍 왕성해지고 있는 국민연금과 국내외 펀드들의 ‘행동주의’에 일단 제동이 걸린 셈이다.
중요한 것은 이날 주총을 연 대부분 기업에서 다수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들이 대주주와 회사 측에 대한 ‘견제’가 아닌, ‘책임경영 지지’ 의사를 분명하게 확인해줬다는 사실이다. 엘리엇과 국민연금 등이 평소 같으면 주주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고(高)배당과 분식회계 혐의 제기 등을 각각 내세워 우군(友軍) 모으기에 나섰지만, 표결에서 압도적인 격차로 고배를 마신 게 대표적이다. 주주들이 국내외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적 이익에 집착하거나 논란이 적지 않은 혐의에 동조하기보다 회사 측에 힘을 실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기업을 에워싼 여건이 갈수록 험난해지는 와중에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경영견제까지 더해지면서 곤경에 몰렸던 기업들이 일단 한 고비를 넘겼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주총 결과를 대주주와 회사 측의 ‘승리’로 자축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주주들은 회사 경영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마음을 돌릴 수 있다. 대주주와 회사 측 안건을 지지한 데는 “최선의 성과를 내라”는 무언(無言)의 메시지도 함께 담겨 있을 것이다. 대다수 주주들의 ‘지지 몰아주기’로 엘리엇 공세를 막아낸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이 “어깨가 무겁다”고 말한 대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글로벌 바이오기업 도약’이라는 청사진을 조기에 달성해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책임감이 막중해졌다.
기업들은 ‘책임경영’ 못지않게 ‘투명경영’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올해부터 한층 엄격해진 회계감사 잣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감사의견 ‘한정’을 받은 아시아나항공 사태는 어떤 기업들에도 남의 일일 수 없다. 책임경영도 높아진 시장의 ‘회계 눈높이’를 충족시켜야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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