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꽃을 보면서 우리는 "개나리가 노라냐?" 할까, "~노랗냐?"라고 할까?
또는 "개나리가 노라니?" 하고 물을 수도 있고, "~노랗니?"라고 할 수도 있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 홍성호 기자 ]
계절은 성큼 다가와 어느새 남녘에는 개나리가 한창이라고 한다. 그 개나리꽃을 보면서 우리는 “개나리가 노라냐?” 할까, “~노랗냐?”라고 할까? 또는 “개나리가 노라니?” 하고 물을 수도 있고, “~노랗니?”라고 할 수도 있다. 어떤 이는 이를 “~노라네” 또는 “~노랗네”라고 할지도 모른다. 어미 ‘-냐/-니/-네’를 통해 우리말 종결어미의 문법성을 알아보자. 이들은 앞말에 붙는 조건이 똑같다는 게 포인트다.
‘-냐/-니/-네’는 세쌍둥이…같은 듯 달라
우선 ‘노랗다’는 ㅎ불규칙 용언이라는 점을 떠올려야 한다. 그중에서도 형용사이므로 의문 종결어미로 ‘-느냐’가 아니라 ‘-으냐’가 붙는다(지난 호 참조). 이때 ㅎ불규칙은 모음어미가 올 때 받침이 탈락하므로 ‘노랗+으냐→노라냐’가 된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은 2015년 9월 어미 ‘-냐’의 용법을 모든 용언의 어간에 붙을 수 있게 바꿨다. 현실적으로 많이 쓰는 말을 어법으로 수용한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노라냐/노랗냐’를 둘 다 쓸 수 있다.
‘노라니?/노랗니?’는 어떨까? 이 역시 활용할 때 형용사이므로 의문 종결어미 ‘-으니’가 붙는다. 불규칙 활용을 하므로 ㅎ이 탈락해 ‘노랗+으니→노라니’가 된다. 그런데 이를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면 또 다른 결과가 나온다. 어미 ‘-니’는 모든 용언의 어간에 직접 붙을 수 있다는 것을 지난 호에서 살폈다. 즉 ‘노랗+니’도 가능하다. 이는 ‘-냐’를 좀 더 친근하고 부드럽게 이르는 표현이다. 따라서 ‘노라니?/노랗니?’ 역시 다 된다.
이제 ‘노라네/노랗네’를 살펴보자. 어미 ‘-네’는 단순한 서술이나 혼잣말로 감탄의 뜻을 나타내는 종결어미다. 용언의 어간 뒤에 붙는다. 먼저 짚어볼 게 있다. “집이 참 넓으네”라고 할까, “~넓네”라고 할까? ‘넓으네’는 안 되고 ‘넓네’라고 해야 한다. 헷갈리는 것을 막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둬야 할 게 있다. 우리말에 ‘-으네’란 어미는 없다는 점이다. 혹 ‘넓으네’의 ‘으’를 조음소로 볼 수 없을까? 그렇지 않다. 우리가 ‘잘 먹네, 읽네’라고 하지 ‘먹으네, 읽으네’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금세 알 수 있다.
‘고우네요’는 안되고 ‘곱네요’만 가능
‘노랗다’는 노랗고, 노랗지, 노랗게 식으로 자음 앞에서는 어간의 형태를 유지하지만 유독 ‘-네’ 앞에선 받침 ㅎ이 탈락해 ‘노라네’가 되는 게 원래 어법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를 ‘노랗네’ 식으로 더 많이 쓰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국립국어원은 2015년 12월 이 역시 표준어법으로 수용해 공표했다. 따라서 지금은 ‘노라네/노랗네’ 둘 다 맞는다.
어미 ‘-네’는 유난히 ㅂ불규칙에서 오용이 많다는 것이 특이하다. “손이 참 고우네요.” “하늘이 우릴 도우네요.” “날씨가 아직 추우네.” 이런 말은 가능할까? 모두 틀린 말이다. ‘곱네요, 돕네요, 춥네’라고 해야 한다. ‘-으네’라는 어미는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현상은 규칙 활용을 하는 ‘좋다’에서도 보인다. 자칫 “새 옷이 보기 좋으네요”라고 말하기 십상이지만 ‘좋네요’가 바른 표현이다.
정리하면, ①기본적으로 동사에는 ‘-느냐’를, 형용사에는 ‘-으냐’를 붙인다는 것을 염두에 두자. ②이 둘을 아우르는 게 ‘-냐’이고, ‘-냐’ 대신에 ‘-니’도 쓸 수 있다. 여기에 ③우리말 어미에 ‘-으네’는 없으며, ‘-네’가 용언 어간에 바로 붙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개는 말을 해보면 자연스레 알지만, 헷갈림을 방지하기 위해 이 세 가지는 외워두는 게 좋다.
hymt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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