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스페인 北 대사관서 암호해독 컴퓨터 도난"

입력 2019-03-25 11:51   수정 2019-03-28 10:29

"괴한 침입 당시 강탈당했을 듯
北 대사관에서 사람 목숨보다 소중해
'항일빨치산식' 암호…서방 정보기관들 못 풀어"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사진)가 지난달 22일 주(駐)스페인 북한대사관에서 일어난 괴한 침입 사건 당시 북한의 암호 프로그램 컴퓨터가 도난당했을 것이라고 25일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25일 자신의 블로그에 “세계가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괴한 침입 사건에 대해 계속 보도하고 있는데도 북한이 한 달째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으로 보아 침입자들이 북한대사관의 핵심기밀 사항인 ‘변신용 컴퓨터’를 강탈하지 않았는가 생각된다”고 적었다. ‘변신용 컴퓨터’는 평양과 대사관이 주고받는 전보문의 암호를 해독할 때 쓰인다.

그는 “북한대사관에서 사람의 목숨보다 귀중한 것”이라며 “세계 모든 나라 대사관들이 본국과 통신용 컴퓨터를 통해 암호화된 전문을 주고받지만 북한의 특수암호기술은 그 어느 서방정보기관도 풀 수 없다는 ‘항일빨치산식’”이라고 설명했다. ‘항일빨치산식’은 중국 공산당이 항일투쟁 때 발명한 것이다. 지시를 내려보낼 때 사전에 여러 소설을 먼저 보내준 뒤 암호문을 전송하고, 암호 전문마다 서로 다른 소설의 페이지와 단락에 기초해 해독하는 방식이라고 태 전 공사는 전했다. 수학식으로 돼 있는 서방식 암호작성법과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태 전 공사는 “그 암호프로그램이 담겨 있는 컴퓨터가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넘어갔다면 북한으로서도 큰 일”이라며 “원천파일부터 다 교체하고 이미 나간 북한 소설들을 다 없애야 하며 한동안 평양과 모든 북한 공관 사이에 암호통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북한 외교관이라면 대사관에 괴한이 침입해 변신용 컴퓨터를 강탈했다면 목숨을 걸고라도 저지해야 했는데 그것을 빼앗겼다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최근 북한 주요 외교관들의 잇따른 평양 귀환도 이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태 전 공사는 “이번에 북한이 미국과의 새로운 협상 전략을 세우면서 중국, 러시아, 뉴욕 주재 대사들을 평양으로 불러들였는데 그 이유도 전보문을 통해 비밀 사항을 현지 대사관에 보낼 수 없는 상황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재룡 주중대사와 김형준 주러대사, 김성 주유엔대사 등 북한 외교관들이 지난 19일 급히 평양에 왔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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