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타' 넘어 '엑사' 시대로…美·中, 세계 최고 슈퍼컴퓨터 전쟁

입력 2019-03-25 15:49   수정 2019-03-25 16:19

중국, 지난해에 시제품 개발
미국, 2021년 상용화 계획



[ 배태웅 기자 ] 미국과 중국이 슈퍼컴퓨터 성능 전쟁에 들어갔다. 성능의 척도부터 ‘엑사플롭스(EF)’로 달라졌다. ‘엑사’는 100경(京)을 나타내는 단위로 1EF는 1초에 100경 번의 연산을 처리한다는 의미다. 미국과 중국은 같은 날 EF급 슈퍼컴퓨터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난 18일 미국 연방정부 에너지부 산하 아르곤 국립연구소는 EF급 슈퍼컴퓨터 ‘오로라’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슈퍼컴퓨터 전문업체인 크레이와 인텔이 제작에 참여한다. 2021년 가동이 목표다. 투입될 예산은 5억달러(약 5600억원) 이상이다.

같은 날 중국도 EF급 슈퍼컴퓨터 개발 계획을 내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가 지난해 10월 시제품을 선보인 EF급 슈퍼컴퓨터 ‘슈광’ 개발에 수십억달러의 예산을 투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칭다오 해양과학기술 국립연구소, 톈진 국립 슈퍼컴퓨팅센터, 선전 국립 슈퍼컴퓨팅센터가 각각 2020년, 2021년, 2022년 차례로 EF급 슈퍼컴퓨터를 도입할 예정이다.

슈광과 오로라의 정확한 성능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두 슈퍼컴퓨터 모두 기존 1위인 ‘서밋’을 훌쩍 뛰어넘는 성능을 보일 전망이다.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가 보유한 서밋은 실측 성능이 143.5페타플롭스(PF, 1초에 1000조 번 연산)다. 1EF급 슈퍼컴퓨터의 7분의 1 수준이다. 계획대로 개발이 완료되면 중국은 세계 최초로 EF급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게 된다. 다만 오로라의 성능에 따라 ‘세계 1위’ 자리는 다시 미국에 돌아갈 수 있다. 중국과 미국은 수년 전부터 슈퍼컴퓨터 1위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텐허2’와 ‘선웨이 타이후즈광’으로 세계 슈퍼컴퓨터 성능 순위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서밋에 1위를 내준 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가 보유한 ‘시에라’에 2위 자리도 내줬다. 오로라 역시 미국이 슈퍼컴퓨터 1위 자리를 확실히 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2015년 개발 계획이 세워질 때만 해도 오로라는 PF급 슈퍼컴퓨터로 기획됐다. 2017년 미국 정부는 오로라를 세계 첫 EF급 슈퍼컴퓨터로 내놓기 위해 계획을 변경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슈광을 포함해 ‘톈허3’ ‘선웨이 엑사스케일’ 등 EF급 슈퍼컴퓨터 개발 계획을 잇달아 공개했다.

슈퍼컴퓨터는 한 국가가 보유한 정보기술(IT)의 집약체로 여겨진다. 제약, 기상 예측, 신소재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해 슈퍼컴퓨터의 연산 능력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오로라 역시 AI 기능을 활용해 배터리 소재 개발 및 참전 용사들의 자살 예방 프로젝트 등에 쓰일 예정이다.

현재 세계 10위권 내 슈퍼컴퓨터 중 절반은 미국이 보유하고 있다. 다만 상위 500위 내 슈퍼컴퓨터 대수로 따지면 중국이 229대를 차지해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108대를 보유한 미국의 두 배 이상이다. 한국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누리온’이 13.9PF로 13위에 올라 있다. 한국은 총 6대의 슈퍼컴퓨터가 500위권에 들어 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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