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카와전기·ABB·쿠카 등
글로벌 기업 줄줄이 자리잡아
[ 오경묵 기자 ] 대구 성서4산업단지의 유진엠에스(대표 은종욱)는 철강·중공업 분야에 특화한 한국 대표 로봇공급(SI) 기업이다. 2002년 창업한 이 회사는 제철소 또는 코일공장의 철판을 자르는 나이프를 자동으로 교체하는 슬릿로봇과 아연도금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유물을 제거하는 드로스제거로봇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국산화했다. 한 대 가격이 3억5000만원인 슬릿로봇은 국내시장 점유율이 95%다. 일본 제품보다 가격은 30% 저렴하면서도 성능과 서비스에서 경쟁력이 높은 이유다. 2007년 40여억원이던 매출은 2017년 130억원으로 뛰었다.
대구에 로봇공급 기업과 로봇을 활용하는 로봇 수요 기업이 늘어나면서 대구가 로봇산업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시 로봇공급 기업은 2010년 23개에서 2017년 161개로 7배, 로봇기업의 매출은 같은 기간 1779억원에서 6647억원으로 2.7배 증가했다. 로봇기업의 고용도 773명에서 2287명으로 늘어났다.
대구시는 로봇 수요 기업인 뿌리·섬유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대구의 산업단지도 스마트산업단지로 조성하는 등 스마트제조혁신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서비스 로봇 개발을 통해 대구의 5대 신성장산업의 하나인 의료산업 육성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로봇산업 불모지였던 대구에 2015년 이후 로봇 관련 글로벌기업과 산업진흥기관이 몰리면서 나타난 변화다.
국내 유일의 로봇산업진흥기관인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2015년 대구에 입주한 것을 시작으로 대구 북구에 조성된 로봇산업클러스터에는 83종, 121대의 장비가 구축되고 로봇기업 38곳이 입주했다. 2017년에는 국내 1위 로봇기업인 현대로보틱스가 대구로 이전해 생산 규모를 8000여 대로 두 배가량 확대했다. 대구에는 세계 7대 로봇기업 가운데 야스카와전기(세계 2위)의 생산공장과 ABB(세계 1위), 쿠카(세계 3위)의 연구소 등도 있다.
1987년 창업한 자동차 부품기업 유성정밀공업(대표 박만희)은 프레스 및 용접 공정의 위험 때문에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2016년 로봇스마트공장 구축에 나서면서 제조원가를 21% 이상 절감하고 불량률을 0.98%에서 0.19%로 떨어뜨렸다. 생산성 증가는 매출 확대로 이어졌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불황에도 이 회사는 2017년 237억원에서 지난해 244억원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근로자 수도 2016년 70여 명에서 90여 명으로 늘어났다. 2017년 대구국가산업단지에 1만㎡ 규모 2공장도 신축했다. 수작업에 의존하던 기업이 사업화연구개발(R&BD) 투자를 강화하면서 선도기업으로 변신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도와주는 협동로봇과 서비스로봇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대구를 로봇선도 도시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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