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주도 民·軍 겸용기술 개발
산업적 시각서 수출지원 강화를"
안영수 < 산업연구원·방위산업연구센터장 >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자동차·조선 등 주력산업마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안보전략이자 기간산업인 방위산업도 매출·수출·수익률 감소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4·27 판문점 선언’에 따른 단계별 군축이 본격화될 경우 내수의존도 85%인 방위산업은 막다른 골목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방위산업이 미국·이스라엘·프랑스 등과 같이 제조업 경쟁력 강화, 일자리 창출 등 경제에 기여토록 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내수조달형 계획경제 방식에 의한 획득시스템을 개선하고, 성과위주 혁신성장 전략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
먼저, 산업 및 시장 특성에 기반한 경제·산업정책적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수다. 방위산업은 대규모 자본 투입이 필요한 장치산업의 특성을 갖고 있다. 최첨단 기술이 집약돼 있어 대량생산에 의한 규모의 경제와 학습효과가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기업은 매출액과 이익을 크게 늘려나갈 수 있다.
둘째, 산업특성에 기반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해외수요, 즉 수출 확대를 통한 대량생산을 유도해야 한다. 제한된 규모의 내수시장에 의존해 소량 생산에 머문다면 원가 상승, 가격경쟁력 저하와 품질 불량, 기술 혁신성 저해, 정부재정의 과다 지출, 비리 문제 등이 반복되는 구조적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수출을 확대하려면 내수 전용 무기개발방식에서, 수출을 고려한 무기체계 개발 전략으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 FA-50 경전투기 등 기존 제품의 개조개발을 통해 틈새시장을 창출하고 국제공동개발도 활성화해야 한다. 이스라엘이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무기를 개발, 생산의 약 75~80%를 수출함으로써 핵심 일자리 창출산업으로 키워낸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셋째, 방위산업 연구개발(R&D)의 혁신이 절실하다. 올해 방산 R&D 규모는 3조1000억원으로 정부 전체 R&D 예산의 약 15%를 차지한다. 방산 R&D 비중으로 치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R&D 예산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특히 민·군 겸용성을 강화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 또 기업이 주도하는 R&D를 통한 성과 확산을 적극 유도하고 국가적 차원의 통합 R&D 전략 수립을 위한 제도개선도 시급하다. 국방 R&D는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도 저촉되지 않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첨단 R&D 확보 수단의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
넷째, 물자지정 및 방산 원가보상시스템의 획기적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이 제도는 우리 방위산업이 유치산업 단계를 조속히 탈피할 수 있도록 돕고 무기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기업들의 원가절감 노력 저하로 인한 글로벌 가격경쟁력 약화의 주원인으로도 지적돼 왔다. 그동안 방산기업 수준이 크게 높아진 만큼 환경변화 추세에 맞춰 대폭 손질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방위산업 거버넌스 체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정책 부처인 방위사업청 공무원들이 소신 행정을 펼칠 수 있도록 과도한 감시 체계를 해소 또는 완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담당자의 책임 회피로 인해 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이 저하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방위산업은 전략산업이므로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야 성공할 수 있다. 군사·외교·안보·산업·통상·R&D·재정을 포괄하는 범부처 차원의 협업체계를 만들고 청와대의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도 시급한 과제다.
지난해 말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대통령은 방위산업 혁신성장을 주문했다. 수십 년간 계획경제 정책을 답습해온 방산기업들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산업적 측면에서 접근해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방위산업은 고용의 25%가 R&D 인력으로 고급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진국형 산업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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