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사이에서도 스토리커머스를 앞세운 생존 전략이 눈에 띈다. 특히 감성적인 소비자가 많은 반려동물 시장, 신뢰가 중요한 농산품 등 식품 시장에서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진다.
반려동물 콘텐츠 스타트업인 ‘올라펫’은 스토리커머스를 앞세워 매출 증대 효과를 본 경우다. 2012년 일반 반려동물 쇼핑몰로 출발한 이 회사는 2017년 하반기 스토리커머스 영역을 강화하면서 본격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올라펫의 콘텐츠는 철저하게 감성 위주다. ‘날도 따뜻해졌는데 강아지 인형 바꿀 때 안 되셨나요?’, ‘고양이가 좋아할 만한 ‘천국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법‘처럼 재미를 가미한 정보성 콘텐츠를 플랫폼에 게재한다. 콘텐츠를 보기 위해 몰려든 소비자들을 구매자로 전환하는 전략이다.
정진만 올라펫 대표는 “올라펫의 콘텐츠들이 반려동물 애호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매출이 일 년 사이에 2배 가량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올라펫은 현재 반려동물 용품회사의 스토리 기반 콘텐츠를 대신 제작해주는 업무까지 병행하고 있다.
식품 분야도 스토리커머스에 최적화된 분야로 평가받는다. 나물요리 전문 쇼핑몰인 ‘나물투데이’는 다양한 요리 레시피, 각종 나물 이야기 등을 네이버 블로그에 게재해 주부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 결과 지난 해에만 15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아예 전문적으로 콘텐츠를 대행 제작하는 업체까지 생겼다. 네이버 쇼핑이나 카카오에 게재할 상품 콘텐츠는 싸게는 10만원, 비싸게는 50만원 이상까지 건당 가격을 책정한다. 영상의 경우에는 최소 100만 원부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명세 있는 콘텐츠 대행사의 경우 영상 제작 하나에 1000만원 가량을 받기도 한다”고 귀뜸했다.
이는 카카오, 네이버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온라인 쇼핑 부문 및 기존 온라인 전자상거래 회사들이 지난 해를 기점으로 이야기 중심의 플랫폼 콘셉트를 취하기 시작한 것과 관련이 깊다.
지난 해 8월 플랫폼 개편을 통해 등장한 카카오의 ‘?(#)쇼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상단에 위치한 ‘1분 쇼핑 인기 콘텐츠’ 메뉴다. ‘뻑뻑한 눈 시원하게 씻어볼까’, ‘봄에 꼭 신어줘야 한다는 이 신발’ 등의 콘텐츠를 앞세워 클릭을 유도하고, 읽을 거리를 제공한다. 다 읽고 나면 가장 밑부분에 콘텐츠와 관련한 상품들 목록이 등장한다. 네이버 쇼핑의 메인화면도 ‘입고 나가면 시선 집중되는 꽃놀이 룩 제안’, ‘두꺼운 겨울옷 이렇게 정리해요’와 같이 읽을 거리와 사진 위주로 구성돼 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과거의 온라인 쇼핑몰 화면 구성이 철저하게 사진 및 가격 위주였다면, 이제는 사진과 눈에 띄는 제목을 앞세우는 방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며 “특히 카카오나 네이버에서 ‘읽을 거리 위주로 콘텐츠 소개글을 만들어달라’고 먼저 권장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입점 업체들 사이에서도 콘텐츠를 신경쓰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쇼핑몰 사이에서도 특정 카테고리와 관련된 상품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소개하는 포맷이 자리잡았다. 예컨대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할 때 가전기기 관리법, 주방도구 세척법을 알려주면서 자연스럽게 제품을 선보이는 방식이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옥션은 봄 등산철을 대비해 등산용품 기획전을 마련하면서 ‘봄철 명산’ ‘안전하게 등산하는 방법’ 등을 상품 사이사이에 소개하고 있다. 상품 이미지와 가격 정보만 나열된 경우와 달리, 유용한 정보까지 함께 제공해 소비자들의 보다 자연스럽게 상품을 접하게 된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제품과 관련된 스토리를 소비자가 직접 만들어 올리는 공간도 등장했다. G9는 지난달 1인 가구를 위한 홈인테리어 상품 기획전을 열면서 요즘 주목받는 홈스타일링을 제안하는 소통 공간을 마련했다. 소비자들이 올린 인테리어 팁은 누구나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가 스토리를 생산하면서 상품이 더욱 주목받는 효과를 낳았다.
윤희은/안효주 기자 sou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