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가상화폐(암호화폐) 범죄 전담부서를 신설해 시장의 옥석 가리기에 속도가 더해질 전망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와 대검찰청 등은 암호화폐, 핀테크(금융기술), 보이스피싱, 다단계 등 신종 범죄를 전담할 형사 10부 신설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에 출범한 ‘서민다중피해범죄 대응 태스크포스(TF)’와 연계해 일선 수사 조직을 효율화한다는 구상이다.
그간 암호화폐를 이용한 유사수신, 다단계 등의 범죄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엄중한 사법처리가 진행된 경우는 많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이뤄진 암호화폐 공개(ICO) 10개 중 6개꼴로 중도 무산됐다. 2017년 ICO 실패율은 45%에 달했고 이에 관해 OECD는 “일부 ICO들은 사기성을 띤다”고 지적했다.
국내에도 신일골드코인, 코인업, 퓨어빗 등 사기성 ICO들이 기승을 부렸다. 신일그룹은 금화를 실은 돈스코이호를 인양하겠다며 90억원의 투자금을 모았고 코인업은 월드뱅크코인(WEC)을 국내외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하겠다며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세우겠다며 약 40억원 상당 암호화폐를 모은 뒤 잠적한 퓨어빗 사건도 있다.
이들에 대한 사법 처리는 지지부진하다. 신일그룹은 유니버셜그룹으로 이름을 바꿔 다단계 사기를 지속하고 있다. 신일골드코인을 대신해 TSL코인, 유니버셜코인 등을 판매한다. 한국블록체인협회도 이들의 활동이 이어지자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투자금을 들고 잠적한 퓨어빗 역시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자금을 세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암호화폐 가격이 하락하고 ICO 사기 사례가 누적되며 암호화폐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범죄는 줄어드는 추세다. 다만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새로운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올스타빗은 암호화폐 시세 조작, 이용자 출금 거부, 임직원 횡령 등의 논란을 빚고 있다. 피해자들이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집회를 열고 재판을 통해 거래소 대표의 부동산을 가압류하는 등 분쟁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다만 이러한 사건에 대한 수사기관의 개입은 아직 없는 상태다. 이를 이용해 올스타빗이 간판 갈이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논란을 일으킨 올스타빗 임직원들이 아무 책임도 지지 않은 채 카브리오빗, 소소빗, 빗키니 등 새로운 거래소를 설립하고 나선 탓이다. 올스타빗의 자체 암호화폐가 상장된 곳마저 있다.
이용자 예치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트래빗 이용자들은 거래소가 고객 예치금을 횡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2018년부터 트래빗이 이용한 6개 계좌 가운데 현재 남은 1개 계좌를 관리하는 친애저축은행에서 예치금이 많지 않다는 답을 들은 탓이다.
이용자들은 의혹 해소를 위해 트래빗에 예치금 이상의 자산을 보유 중인지 확인 요청했지만, 트래빗은 영업비밀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암호화폐와 예금 실사 보고서를 공개하며 신뢰를 높이고 있지만, 이를 거부하더라도 강제하거나 견제할 수단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국민들에게 암호화폐, 핀테크 등 신기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을 노린 사기 등 범죄 행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사건을 전담해줄 수사기관이 탄생한다면 그 자체로 범죄 행위에 강력한 억제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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