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작고 보험 어려워 韓 수입 저조
“환자 복지 차원에서 수입 추진해야”
고가 의약품 상위 10개 품목 대부분이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국내 수입되는 약은 1개 뿐이었다. 제약회사의 국적은 10곳 중 9곳이 미국 또는 일본이었다.
미국 제약전문지 엔드포인츠뉴스는 미국 의약품 가격정보 서비스 굿알엑스(GoodRx)를 분석한 결과를 최근 이같이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제약회사 호라이즌 파마의 만성육아종증 치료제 ‘액티뮨’은 한달치 약값이 5만2323달러(약 5500만원)에 달했다. 할인 등이 적용되지 않은 정가 기준이다.
10위 안에 드는 다른 의약품도 적응증(치료 대상 질병)이 이름조차 생소한 게 많다. 일본 애게리온 파마슈티컬스의 전신 지방이상증 치료제 ‘마이아렙트’가 약값 4만6328달러로 2위, 미국 비에라 파마슈티컬스의 톡소포자충증 치료제 ‘다라프림’이 4만5000달러로 3위에 올랐다. 최근 일본 다케다가 인수한 아일랜드의 샤이어는 유전성 혈관부종 치료제 ‘신라이즈’(4만4141달러), 혈관부종 치료제 ‘타크자이로’(4만4140달러)로 4위와 5위를 기록했다.
이어 미국 레트로핀의 담석 제거제 ‘체노달’(4만2570달러), 일본 애게리온 파마슈티컬스의 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HoFH) 치료제 ‘적스타피드’(4만671달러), 영국 말린크로트 파마슈디컬스의 전신홍반루프스 치료제 ‘H.P.악타젤’(3만8892달러) 순이었다. 미국 아케아 테라퓨틱스의 다발성신경병증이 동반된 유전성 ATTR 아밀로이드증 치료제 ‘테그세디’(3만4600달러), 미국 호라이즌 파마의 요로회로대사장애(UCD) 치료제 ‘라빅티’(3만3572달러)도 10위권에 들었다.
이들 약 제조사의 국적은 미국과 일본이 대부분이다. 미국이 5곳으로 가장 많고, 샤이어를 일본회사로 본다면 일본은 4곳이다. 이외 다른 국가는 영국 1곳 뿐이다.
의약품 10개 가운데 국내로 수입되고 있는 건 적스타피드 1개에 불과하다. 타크자이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지만 국내 수입은 안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희귀의약품 지정을 발판으로 국내 진출을 추진하다가 조건이 안맞아 접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보험 비급여로 하기에는 환자에게 가는 부담이 크고, 그렇다고 급여로 하기에는 보험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국내 수입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보인다”며 “환자 수가 적어 제약회사 입장에서 약값을 비싸게 받지 않으면 수지타산이 안맞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희귀난치성 질환자는 치료비를 환자와 가족이 다 부담하기 힘들다”며 “사회가 함께 돌봐준다는 생각으로 재정 부담이 있어도 국내로 수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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