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부양' 나선 금융권 CEO들…자사주 매입·해외 IR 행보

입력 2019-03-2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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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이 이달 들어 잇따라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자사주 매입과 해외 기업설명회(IR) 등을 통해 적극적인 주가 부양 행보에 나선 모습이다.

26일 우리금융그룹은 손태승 회장이 지난 25일 자사주 5000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손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재상장일인 지난 2월13일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로 자사주를 매입, 총 4만8127주를 보유하게 됐다.

손 회장의 자사주 매수는 지주사 체제 전환 후 인수·합병(M&A)을 통한 비은행 부문 확대가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확신을 바탕으로 이뤄진 조치라고 우리금융그룹은 전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최근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옛 알리안츠자산운용)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이달 22일 우리은행이 우리금융지주 보유 지분 2.7%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전량 매각, 오버행(대량 대기 매물) 부담을 덜었음에도 불구하고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 여파로 주가가 밀리자 다시 한번 '사자'로 대응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글로벌 증시 하락 영향으로 연이틀 시장이 과도한 반응을 보이자 주가부양 의지를 다시 한 번 피력하기 위해 (손 회장의 자사주 매입이) 이뤄졌다"며 "그룹 경영실적에 대한 자신감과 주가 부양 및 주주친화정책 의지를 대내외에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은 지난 22일 취임 직후 하나금융지주 주식 4000주를 매입했다. 주당 매입가는 3만7000원이다. 이는 향후 실적에 대한 자신감과 책임경영에 따른 주가부양 의지를 피력한 조치란 설명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경영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회사의 주식이 자산과 실적 대비 시장에서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뜻"이라며 "하나금융지주 주식의 재평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KB금융그룹 계열사 CEO들도 주식 매입에 팔을 걷어붙였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6일 자사주 1000주를 주당 4만3050원에 장내매수했다. 이에 윤 회장의 보유 주식수는 총 2만1000주로 늘었다. 허인 국민은행장도 지난 12일 KB금융지주 주식 3062주를 주당 4만2401원에 장내에서 추가로 매입했다. 허 행장의 보유주식수는 5062주로 증가했다.

지방금융그룹에서도 CEO의 자사주 매입 동향이 눈에 띈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8일 자사주 5000주를 주당 8380원에 사들였다.

이와 함께 각 금융그룹 수장들은 이달 주주총회를 마치고 해외 IR에 돌입한다.

KB금융그룹의 윤 회장이 다음달 홍콩과 호주를 찾아 IR을 실시하는 가운데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역시 해외 IR 계획을 세웠다. 5월에는 우리금융그룹의 손 회장이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금융도시 출장을 진행할 계획이다.

올 들어 주요 금융지주사 주가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신한지주를 제외한 전 회사가 올해(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재상장일 시초가 대비) 하락세를 나타냈다. KB금융의 경우 지난해 말보다 10% 넘게 주가가 밀리며 2년여 만에 신한지주 주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융지주사 주가 약세 배경으로 규제 강화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정체 우려, 비우호적인 규제 동향, 원화 약세 등을 꼽고 있다. 다만 최근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과 배당 매력이 커졌다는 진단이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 하락과 원화 약세 등 비우호적인 거시경제(매크로) 환경으로 은행주가 연초 이후 유가증권시장 대비 부진한 수익률을 보였다"며 "과거 대비 높아진 배당성향(23.7%)은 글로벌 은행과 견주어도 손색 없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향후 배당성향이 글로벌 은행(약 30%) 수준으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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