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혁 기자 ] 월트 디즈니는 1939년 헬렌 애버슨과 해럴드 펄이 함께 엮은 이야기 ‘덤보, 더 플라잉 엘리펀트(하늘을 나는 코끼리 덤보)’의 저작권을 구입한 뒤 책으로 출간해 1430만 부를 팔았다. 2년 뒤에는 65분짜리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영화나 방송용 후속편이 제작되지는 않았다.
27일 개봉하는 팀 버튼 감독의 ‘덤보’는 첨단기술에 힘입어 78년 만에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옮긴 판타지 영화다. 애니메이션은 덤보의 시선으로 전개됐지만, 실사 버전은 사람의 관점으로 덤보의 모험담을 들려준다. 덤보는 말 한마디 못하는 동물이지만 사람들과 교감한다. 영화는 현실과 환상을 적절히 배합해 관객이 푹 빠져들 수 있는 시공간을 창조했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창조된 덤보는 전혀 가짜로 의심받지 않을 만큼 정교하게 구현됐다.
덤보는 몸보다 훨씬 큰 귀를 갖고 태어났다. 뒤뚱거리는 모습으로 메디치 서커스단의 웃음거리가 된다. 그러나 어느 날 큰 귀를 이용해 하늘을 난다. 왕년의 서커스 스타 홀트(콜린 패럴 분)와 그의 어린 자녀들이 덤보의 능력을 알아챈 뒤 사업가 반데비어(마이클 키튼)로부터 큰 쇼를 벌이자는 제안을 받는다. 덤보는 매력적인 공중 곡예사 콜레트(에바 그린)와 함께 하늘을 난다.
‘덤보’가 고전으로 세계인의 가슴 속에 자리잡은 것은 보편성 때문이다. 누구나 열등감도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얘기한다. 결점이 때로는 특별한 선물이 될 수 있으며 모두 숨은 재능을 지녔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덤보와 어미 코끼리의 뜨거운 가족애는 흥미를 배가한다. 덤보에게 나는 힘을 주는 것은 어미 코끼리에 대한 그리움이다. 순응하던 어미 코끼리는 덤보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난폭해지고, 덤보는 서커스장을 탈출해 어미를 찾아 날아간다.
가족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야말로 돈보다 훨씬 가치있다는 메시지는 두 서커스단을 비교하는 플롯으로 전해진다. 전통적인 메디치 서커스단의 단원들은 덤보와 애정으로 연결돼 있지만, 반데비어의 쇼비즈니스 세상인 드램랜드 구성원은 덤보를 오로지 ‘돈벌이 기계’로만 본다. 반데비어가 덤보와 어미 코끼리를 갈라놓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어미가 사라져야 덤보가 더 열심히 일(?)한다고 착각한 것이다. 욕망은 지혜를 갉아먹게 마련이다. 그러나 사람이나 동물을 움직일 수 있는 진정한 힘은 사랑이란 메시지를 덤보와 어린이들의 행동을 통해 제시한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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