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다. 이로써 27일로 예정된 대한항공의 정기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6일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대한항공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전날(25일)에 이어 2차 회의를 열고 4시간30여분 만에 조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기로 결론내렸다.
이날 회의는 수탁자전문위원 10명이 전원 참석한 가운데 조 회장 연임 반대 6표, 찬성 4표로 과반수 이상이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당초 국민연금이 '기권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지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 두 명이 자격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이상훈 변호사(서울복지재단 센터장)와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이 논란의 주인공인데 이들이 대한항공 주식을 보유하고 있거나 위임받은 사실이 알려진 탓이다.
대한항공 지분은 조 회장과 한진칼(지분 29.96%) 등 특수관계인이 33.35%를 보유 중이고, 국민연금이 11.56%를 확보한 2대 주주다.
국민연금의 '반대표'로 인해 조 회장의 재선임도 불투명해졌다.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으로부터 '찬성' 동의를 얻어야 해서다. 대한항공의 정관에 따르면 이사 선임과 해임은 보통결의(과반수 찬성)가 아닌 특별결의(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 사항이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이미 사전 공시를 통해 '반대' 의견을 피력한 상황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플로리다연금과 캐나다연금(CPPIB), BCI(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공사) 등 세 곳의 해외 기관들이 의결권행사 사전 공시를 통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조 회장의 연임 여부가 결정될 대한항공의 주주총회는 27일 오전 9시 서울시 강서구 대한항공빌딩 5층 강당에서 진행된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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