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역경제 살리려면 지자체가 현장서 발로 뛰어야"

입력 2019-03-27 15:51   수정 2019-03-28 09:01

취업에 강한 대학

이종원 호서대 기술경영지원사업 단장



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하는 SK하이닉스 신규 공장 입지가 경기 용인으로 결정됐다. 반도체산업을 이끌 우수인재가 지방에는 없다는 게 입지 선정의 주된 이유라고 한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시도되고 있지만 수도권 집중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연간 수십조 원 이상을 투자하고 새로운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수도권과 지방의 경제 격차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예산이나 조직 없이 해결한 토머스 메니노 전 미국 보스턴시장의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는 2009년 보스턴시장에 당선됐다. 메니노 시장은 보스턴 시포트 지역을 첨단산업단지로 조성해 지역산업을 활성화하려고 했다. 그러나 예산, 조직,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이 없었다. 인력도 기업유치 홍보를 위한 직원 6명이 전부였다. 메니노 시장이 할 수 있는 건 기업과 대학을 찾아가 문제를 듣고 해결방법을 찾는 것뿐이었다. 당시 보스턴의 제약기업 버텍스는 사무실이 여러 지역에 분산돼 있었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창업경진대회 사무국인 매스 챌린지는 저렴한 사무실을 찾고 있었다. 메니노 시장은 부동산 개발업자를 만나 시포트에 상업용 건물과 창업자를 위한 부동산 개발을 권유했다. 메니노 시장은 이곳에 유수의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시포트에는 새로운 상업용 건물이 들어섰고 이 건물에 버텍스와 매스 챌린지 사무실이 입주했다. 이곳에서 창업경진대회가 열리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포트는 첨단 혁신 지역으로 유명해졌다. 혁신적인 창업가가 모이고 2년 만에 뱁슨대학과 브라이트코브, 젬바라, 로그먼 등 유수의 기업 및 80여 개의 벤처기업이 모여들었다. 글로벌 기업인 리복도 본사를 보스턴으로 옮겼다. 2017년 미국 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보스턴은 실리콘밸리가 있는 베이 지역을 제치고 미국 최고의 스타트업 도시로 뽑혔다. 이런 성과는 많은 예산이나 획기적인 아이디어, 거창한 비전과 전략이 아니라 시장이 현장에서 발로 뛰며 해결한 덕분이다. 자치단체장들은 지역 산업 발전을 위해 돈과 제도 외에 현장을 찾아 창업자에게 자부심과 의욕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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