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회계처리기준 바뀔 가능성 희박” 판단
영구채 발행 통한 수천억 자본확충 전략 고수
≪이 기사는 03월27일(09:2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회계처리 방식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줄을 잇고 있다. 금융당국이 영구채를 회계상 부채로 볼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음에도 당장 제도 변경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영구채를 활용한 자본 확충에 나선다는 분석이다. 영구채는 발행회사의 결정에 따라 만기를 연장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는 채권이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오는 29일 3500억원 규모 영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채권 만기는 30년이며 5년 후부터 CJ대한통운이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붙어있다. 지난해 12월 영구채 2000억원어치를 발행했던 이 회사는 또 한 번 자본 확충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로 했다. 2015년 말 89.8%이었던 CJ대한통운의 부채비율은 최근 연이은 인수합병(M&A) 및 투자에 따른 차입 증가로 지난해 말 150.9%까지 증가했다.
이마트도 다음달 말 4000억원 규모 영구채를 발행한다. 이 회사는 최근 국내 증권사 두 곳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발행 작업에 착수했다. CJ대한통운처럼 30년 만기에 콜옵션이 붙는 발행조건을 검토하고 있다. 이마트가 영구채 발행에 나선 것은 부채부담을 줄여 신용등급 강등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 2월 “실적 악화 및 차입금 증가로 재무적 부담이 커졌다”고 평가하며 이마트의 신용등급(Baa2)을 하향검토 대상에 올렸다.
앞서 지난 15일엔 SK인천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이 영구채를 발행해 각각 6000억원, 850억원을 조달했다. 영구채의 회계처리 문제가 다시 화두에 오르고 있음에도 기업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영구채를 활용한 자본 확충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 ‘영구채를 회계상 자본이 아닌 부채로 봐야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IASB는 지난해 8월 영구채에 관한 토론서를 내고 기업을 청산할 때 발행자가 갚아야 하는 금융상품, 성과나 주가에 상관없이 보유자에게 특정 금액의 수익을 약속해야 하는 금융상품이면 ‘금융부채’라고 명시했다. IASB는 토론서 공개 이후 금융상품 표시 회계기준(IAS32) 개정작업을 위해 회원국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IB업계에선 당장 회계기준이 바뀔 가능성이 희박한 것을 고려해 기업들이 계획대로 영구채 발행을 강행한다고 보고 있다. 회계업계에선 금융당국이 영구채를 재무제표상 부채로 분류하기로 결정하더라도 회계처리기준을 바꾸기까진 최소 2~3년은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회계기준이 바뀌더라도 대응방안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보통 기업들이 발행하는 영구채에는 ‘영구채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조기상환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 담당자는 “회계처리기준이 바뀌는 걸로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굳이 영구채 발행계획을 주저할 필요는 없다”며 “영구채가 부채로 분류되면 다른 방식의 자본확충을 추진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갑자기 영구채를 전부 부채로 떠안는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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