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임원 정기인사 없애고 직급 단순화…진화하는 정의선式 혁신

입력 2019-03-27 17:39  

내달부터 임원 인사제도 개편

직급 6단계 →4단계로 축소
연말 인사 대신 수시인사로
정의선 "IT기업처럼 바꿔야"



[ 도병욱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인사제도를 수술한다. 임원 직급을 단순화하고 매년 말에 하던 정기 승진인사를 폐지한다. 직원들에게 적용하는 인사제도도 순차적으로 바꿀 계획이다.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사진)이 지난해 9월 그룹 경영을 맡으면서 이어지고 있는 기업문화 혁신 작업의 하나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사대우·이사 직급 폐지

현대차그룹은 다음달 1일부터 임원 인사제도를 개편한다고 27일 밝혔다. 현재 6단계(이사대우-이사-상무-전무-부사장-사장)로 구성된 임원 직급은 4단계(상무-전무-부사장-사장)로 축소된다. 현대차그룹 임원 체계는 다른 국내 주요 그룹에 비해 복잡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매년 말 하던 정기 임원인사도 없어진다. 대신 연중 수시인사로 대체된다.

회사 관계자는 “일 중심의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고 우수인재를 발탁해 키우겠다는 의지가 담긴 변화”라며 “조직원들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마련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연내 직원 인사제도도 개편할 계획이다. 5단계로 구성된 직원 직급 체계(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를 2단계로 단순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직원 인사제도 개편은 노동조합과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임원 인사제도부터 바꿨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차그룹이 그룹문화 개혁을 시작한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정 부회장이 그룹 총괄수석부회장에 오른 이후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다는 의미다. 그는 주위 임원들에게 “현대차그룹이 정보기술(IT)기업보다 더 IT기업처럼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당장 ‘파격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엔 외국인인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차량성능담당 사장을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했고, 삼성 출신인 지영조 부사장(현대차 전략기술본부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올 들어서는 포스코 출신(안동일 전 포항제철소장)을 현대제철 생산기술 담당 사장으로 영입했고, 비어만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10대 그룹 중 처음으로 정기 공채를 없애고 수시 채용을 도입하기도 했다. 임직원 복장도 완전 자율화했다. 재킷과 셔츠를 착용하는 비즈니스 캐주얼(간편 정장) 수준이 아니라 운동화에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도록 복장 규정을 완화했다.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은 지난 21일 신형 쏘나타 신차 발표회에 모자가 달린 티셔츠와 운동화 차림으로 나타나 화제가 됐다.

중국 현장 상황 신속하게 대응

현대차그룹은 이와 함께 한국에 있는 중국 사업 조직을 현지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중국사업본부와 중국제품개발본부 등을 중국으로 전진배치해 현장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라는 취지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 트렌드를 발 빠르게 파악하고, 보다 신속하게 의사결정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병호 중국사업본부장(사장)이 중국 지주회사 대표(총경리)를 겸직한다. 설영흥 전 고문의 아들인 설호지 상무는 영업담당에서 전략담당으로 자리를 옮긴다.

현대·기아차는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중국 시장에서 부진을 겪고 있다. 2016년엔 중국 시장에서 179만 대를 판매했지만, 2017년부터 120만 대 선을 밑돌고 있다.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는 중국 공장을 하나씩 가동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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