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우섭 기자 ]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펴는 상황에서 일부 국회의원은 지난해 서울 강남과 용산 등에 수십억원대 아파트를 신규로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28일 공개한 ‘2018년 말 기준 국회의원 재산변동 사항’에 따르면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법제사법위원장)은 지난해 배우자 명의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아파트를 16억7000만원에 매입했다. 이 아파트는 강남구청에서 ‘조건부 재건축’을 받아 재건축을 진행 중이다. 일부 층에서는 한강을 조망할 수 있어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과 함께 고가의 재건축 아파트 단지로 분류된다. 서울 양재동 연립주택을 한 채 소유한 여 의원은 2주택자가 됐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국내 최고급 아파트 중 하나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아파트를 20억7500만원에 매입했다. 11억8900만원에 거주했던 한남더힐 아파트의 전세 기간이 끝나자 아파트를 신규로 매입한 것이다. 장 원내대표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목련아파트를 소유 중이다. 장 의원은 2014년 민간 임대주택이 분양으로 전환될 때의 분양가 산정 기준을 마련하는 민간임대주택법(한남더힐법) 개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강효상 한국당 의원은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진흥아파트 상가를 매입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아파트와 상가가 함께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어 재건축 진행 시 새 상가를 받을 수 있는 재건축 물건”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재건축이 진행 중인 서초구 서초동 삼풍아파트와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 아파트를 이미 소유하고 있다.
김영우 한국당 의원도 서울 용산구 효창동 울트라멤버스아파트 건물을 추가 매입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포천시 영중면에 단독주택이 한 채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취급하며 주택 수를 줄이라던 국회의원들이 투기지역으로 분류된 강남과 용산에서 집중적으로 매입했다”며 “국민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국회의원 289명 가운데 1년 전보다 재산이 늘어난 의원은 229명(79.3%)에 달했다. 재산이 1억원 이상 늘어난 의원 수도 135명이었다. 재산이 가장 많은 의원은 게임업체 웹젠 이사회 의장을 지낸 김병관 민주당 의원(2763억6300만원)이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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