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이거나 저신용자인 취약차주의 부채 규모가 지난해보다 4조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취약차주 대출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은행과 신용대출에 쏠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에서 취약차주 부채는 지난해 말 86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4조1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취약차주는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7∼10등급)인 차주를 의미한다.
취약차주의 부채는 2015년부터 꾸준히 증가하는 중이다. 전체 가계대출 중 취약차주 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6.0%를 차지했다. 취약차주 수는 146만8000명(전체 가계대출자의 7.7%)으로 1년 전보다 3만1000명가량 감소했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이고 저신용인 차주는 37만8000명이다. 이들의 대출 규모는 12조2000억원으로 파악됐다. 취약차주 대출 가운데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여신전문회사, 대부업 등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은행 비중은 64.8%에 달했다. 전체 가계대출 평균(42.6%)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았다. 신용대출 비중은 41.7%로 1년 전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전체 가계부채는 증가세가 둔화했으나 여전히 소득과 경제 규모보다 빠르게 불었다. 지난해 말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2.7%로 1년 전(159.8%)보다 상승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83.8%에서 86.1%로 올랐다.
고소득·고신용자가 부채를 많이 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현재 전체 가계대출 중 고소득(상위 30%) 차주 대출은 64.4%, 고신용(1∼3등급) 차주 대출은 70.8%에 달했다. 차주의 소득 대비 가계대출 비율(LTI)은 217.1%로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빚 부담이 큰 LTI 300% 이상 차주 비중은 21.9%로 5명 중 1명꼴로 파악됐다.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DSR)은 31.8%로 1년 전보다 1.0%포인트 올랐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해엔 비은행 대출 연체율이 1.55%로 1년 전보다 0.17%포인트 상승했다. 한은은 영세 자영업자,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차주의 채무 상환능력이 저하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은 대출 규제 강화, 주택 거래 위축 등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주요국보다 이미 높은 수준인 데다 거시경제의 안정적 운영을 제약하는 취약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어 지속해서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대내외 여건이 악화하면 취약차주의 채무 상환 어려움도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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