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박또박 '끊어간' 케빈 나…'질러간' 장타자 왓슨 꺾었다

입력 2019-03-28 14:06  

델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첫날

마지막홀서 극적 뒤집기 승
신예와 맞붙은 우즈도 1승



[ 조희찬 기자 ] 28일(한국시간)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테크놀로지스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총상금 1025만달러)이 열린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오스틴CC. 전년도 이 대회 우승자인 버바 왓슨(미국)은 첫 상대로 재미동포 케빈 나(36)를 만났다. 둘의 대결은 비거리만 놓고 보면 최소 2체급 이상 차이 나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왓슨은 올 시즌 평균 313.6야드를 보내 이 부문 2위, 케빈 나는 295.6야드로 78위에 있다. 둘의 차이는 홀을 공략하는 방법에서도 드러났다. 361야드의 파4인 18번홀에서 왓슨은 바로 그린을 노린 반면 케빈 나는 안전하게 끊어갔다. 여러모로 왓슨이 유리했다.

하지만 케빈 나가 승자였다. 동점 상황이던 18번홀에서 케빈 나는 두 번째 샷을 안전하게 홀 옆 약 3m 거리에 붙였다. 왓슨은 벙커에 빠진 티샷을 그린 위에 올리려 했는데 공이 턱을 맞고 내려왔다. 하필이면 공이 굴러 내려와 멈춘 곳은 그의 발자국이 있던 자리였다. 왓슨은 캐디를 향해 중얼거리더니 별다른 연습 없이 또 벙커샷을 했다. 이번에도 공이 언덕을 넘지 못하자 왓슨은 바로 공을 집으며 백기를 들었다.

왓슨은 근성에서도 졌다. 네 번째 샷으로 홀인을 노린 뒤 케빈 나의 버디 퍼트가 실패하길 기다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또 샷을 하지 않고 포기하는 것을 택했다. 케빈 나는 12번홀까지 2홀 차로 지고 있던 승부를 뒤집을 수 있었다.

왓슨은 첫날 패배로 타이틀 방어는커녕 조별 1위만 올라가는 16강 진출조차 힘든 상황이다. 그는 지난해 우승을 포함해 이 대회 4강에 두 번 드는 등 성적이 좋았지만 매치플레이 방식에 불만을 드러내 왔다. 대회 직전 진행한 언론 인터뷰에서도 “매년 이 대회가 없어지길 바라고 있다”며 “이 대회에선 60대 타수를 치고도 패하고 70대 타수를 치고도 이기는 선수가 나온다. 불공평하다”고 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지난 시즌 PGA투어 신인왕 에런 와이즈(미국)를 3홀 차로 가볍게 제압했다. 그는 2003년, 2004년, 2008년에 이어 이 대회 네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또 그는 2006년 스티븐 에임스(미국)를 9홀 차로 이겨 대회 최다 홀 차 승리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13년 이후 처음 이 대회에 출전하는 우즈는 바뀐 경기 방식(4명씩 16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벌인 뒤 조별 1위가 16강에 진출)을 처음 경험하고 있다. 우즈는 “어차피 계속 이기면 된다는 사실은 예전과 마찬가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우즈는 2차전에서 브랜트 스네데커(미국)를 만난다.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은 체즈 리비(미국)를 4홀 차로 꺾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루크 리스트(미국)를 5홀 차로 제압했다.

한국 선수들은 고전했다. 안병훈(28)은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에게 3홀 차로 패했다. 김시우(24)는 욘 람(스페인)에게 7홀 차로 지는 굴욕을 당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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