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형주 기자 ] 주 52시간 근로제 전면 시행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증권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성과가 곧 연봉’인 풍토에서 근로시간 준수 강제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오는 7월 1일부터 직원 수 300인 이상인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26곳이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에 들어간다. 원래 300인 이상 사업장은 작년 7월 주 52시간제 시행 대상이었지만 금융업종은 특수성을 인정받아 적용 시점이 1년 늦춰졌다.
몇몇 대형 증권사는 이미 주 52시간 근무체제에 들어갔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월부터 정식으로 주 52시간 근로를 시작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오후 5시면 PC가 자동으로 꺼지는 PC오프제와 주 52시간제를 지난달 도입했다. 2014년부터 일찌감치 PC오프제를 시작한 NH투자증권은 올 4월부턴 아예 오전 8시부터 PC를 켤 수 있도록 하는 PC온오프제로 확대할 계획이다.
여의도 증권가의 풍속도도 바뀌고 있다. 증권사 인근 카페엔 오후 6시께부터 노트북을 펴놓고 앉아 있는 증권사 직원이 크게 늘었다. PC오프제 시행으로 미처 회사에서 업무를 끝내지 못한 직원이 일거리를 들고 카페로 나온 것이다.
리서치센터 등 일부 부서는 인력 운용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보고서 작성을 위해 집이나 회사 바깥에서 자료를 읽는 것도 근무시간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등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과 영업점 등 개인 성과에 따른 급여 비중이 높은 부서에서도 주 52시간제 시행을 놓고 잡음이 일고 있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고객과 만나는 저녁 자리와 주말 골프약속 등도 근무시간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도 “만약 인정되지 않더라도 워낙 성과급 비중이 높다 보니 이전과 근무 패턴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