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놀라운 성과 구글·인텔은 '목표 설정'부터 달랐다

입력 2019-03-28 18:31  

OKR

존 도어 지음 / 박세연 옮김
세종서적 / 388쪽│1만9000원



[ 최종석 기자 ] 1980년 미국 반도체기업 인텔은 위기에 처했다. 당시 인텔은 컴퓨터 주변기기부터 마이크로프로세서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했다. 명성을 얻게 해준 메모리칩 분야는 신생기업에 선두 자리를 뺏겼다. 읽기 전용 기억장치인 ROM은 일본 기업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마이크로프로세서는 그들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인텔은 향후 10년의 생존을 위해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16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8086’을 시장에서 압도적 1등으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최고경영자였던 앤디 그로브는 마케팅, 세일즈, 기술 등 팀별 목표를 수립하고 세부 성과 달성 지표를 제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경영진은 직원이 보고한 목표를 기반으로 신속하게 실행했고 성과를 평가할 구체적 기준을 마련했다. 한 가지 목표에 전 사원이 매달린 결과 인텔은 1986년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서 85%의 점유율을 달성했다.

앤디 그로브가 구축한 이 시스템은 OKR이라 불렸다. 목표(Object)와 핵심결과(Key Results)의 약자로서 기업과 팀 또는 개인이 협력해 목표를 세우기 위한 규약을 의미한다. 벤처투자기업 클라이너퍼킨스의 회장 존 도어는 인텔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OKR 시스템을 이론적으로 다듬고 실리콘밸리 기업에 전수해왔다. 그는 《OKR》에서 OKR의 원리와 성공적 실행의 비밀을 알려준다. 구글, 유튜브, 어도비 같은 IT기업의 성공 스토리부터 빌 게이츠 재단, 록그룹 U2의 리더 보노 같은 사회운동가의 사례까지 보여준다.

저자는 구글의 엄청난 성공 비결도 OKR의 실행과 관련이 깊다고 전한다. 저자가 구글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을 처음 만났을 때 열정적인 기업가정신과 비전으로 무장해 있었다. 그러나 조직을 구축하기 위한 원칙이 필요했다. 두 공동창업자는 OKR을 받아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조직을 점검했다. 페이지는 구글 초창기 시절 분기마다 이틀의 시간을 할애해 프로그래머들의 OKR을 일일이 검토했다. 구글이 성장하면서 페이지는 매 분기 관리자들과 함께 목표 수립을 위한 마라톤 회의를 열었다.

OKR이 하나의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지속적인 성과 관리가 필요하다. 저자는 OKR의 실행도구로서 CFR을 제안한다. 대화(Conversation), 피드백(Feedback), 인정(Recognition)의 약자다. OKR의 강점은 목표와 핵심결과를 구체적으로 기록해 수많은 사람이 이를 함께 생각하는 것이다. 저자는 목표를 종이에 적는 단순한 노력만으로 성공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한다. 그리고 목표를 동료와 함께 공유하고 발전 상황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때 성공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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