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의 R까기] 상가 투자자들의 눈물 닦아주려면…

입력 2019-03-31 08:27  

신도시 상가투자자들, 수익률 커녕 공실 장기화
상가들, 선분양으로 바뀌면서 미래 예측 어려워
다양한 연령층, 여전히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 많아




"작년보다 나아진 게 뭐가 있겠습니까. 빚만 더 늘었습니다."(위례신도시 A공인중개사)

위례신도시의 상가는 작년이나 올해나 달라진 게 없었다. 아파트는 '로또 아파트'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승승장구 하고 있다. 연초부터 북위례에서 분양되는 아파트에는 예비청약자는 물론이고 수도권 수요자들이 한 번씩은 눈여겨 보는 곳이 됐다. '위례포례자이'에 이어 지난 29일 문을 연 '힐스테이트 북위례'의 모델하우스에도 수만명이 오갔다.

하지만 신도시 상가는 여전히 을씨년스럽다. 트램노선 주변의 공실 또한 줄어들 기미가 없었다. 트램이 지나다니고 지역주민들이 한가롭게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즐기고, 쇼핑하는 모습은 상상 뿐이었다. 1층 상가는 임대료가 비싸다보니 공실이 여전했다. 여기에 올해는 미세먼지까지 보태다보니 테라스나 야외 영업이 쉽지 않았다는 게 주변 상인들의 얘기다.

위례신도시 뿐만 아니다.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남양주시 별내신도시 주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몇몇 맛집들은 대기줄이 있기도 하지만 공실을 피할 수는 없었다. 오랫동안 비어있는 있다보니 '유령상가'같이 변한 층들도 있었다. 상가에 장사하는 집이 있어도 주차장이나 건물 관리가 제대로 안되는 경우도 많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예견됐던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도권 상가들의 분양패턴이 이전과는 달랐던데다 예상했던 시장과는 다르게 흐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상가 분양은 건물이 완공되기 직전에 이뤄졌다. 택지지구나 신도시에서는 초창기에 단지 내 상가 정도만 조성됐다. 주민들은 상가가 없어서 불편함을 호소했지만, 이내 상가들이 올라가곤 했다. 동네 병원이나 학원들이 들어서는 이른바 근린이나 프라자 상가들이다. 상가가 지하 터파기 공사가 끝나고 지상으로 층을 올릴 때 즈음이면 '상가분양'이라는 현수막을 내건 컨테이너 박스가 등장했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공사장 한 켠의 볼품없는 이 박스 안에서는 체결되는 계약은 수억원대다. 아파트 보다 비싼 경우도 있고, 수십억원의 계약이 체결됐다. 이게 원래 상가 분양의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2기 신도시가 공급되기 시작한 시기부터 상가 분양이 '선분양'으로 바뀌었다. 알음알음 찾아가 상가를 사서 노후를 대비하는 시기에서 공개적으로 '청약'을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상가 청약'의 열풍이 공개적으로 부상된 때가 위례신도시 상가분양이었다.

역세권에 대한 환상과 '선점'이라는 문구가 더해지면서 2013~2014년부터 시작된 선분양 바람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동탄2신도시는 'SRT'와, 미사강변도시는 지하철 5호선, 별내신도시는 경의중앙선 '별내역' 등과 짝을 이뤘다. 신도시에서 상가 선분양은 당연한 분양 과정이 됐다.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부동산 시장에서 '경기의 척도'인 상가들이 준공 3~4년 전에 팔려 나갔다.

한 술 더 뜬 풍경이 시작됐다. '선분양'도 생소한데 분양 상가에 웃돈(프리미엄)이 붙기 시작했다. 초창기에 분양을 받았던 수분양자들이 상가에 웃돈을 받아 거액을 챙겼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일부 공인중개사들까지 가세했다. 아파트의 분양권같이 상가의 분양권도 돈이 됐다.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 상가만 끼고 있으면 무조건 선분양이었다.

이러한 풍경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위례신도시에서 일부 상가의 주인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웃돈의 웃돈을 주는 과정을 거쳐서 높은 가격에 최종 분양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다. 본전과 은행빚을 걱정하면서도 함부로 임차인을 들일 수 없는 형편이다. 임차인의 임대료도 함부로 올릴 수 없게 됐다. 우량한 임차인을 찾고 기다리다보니 공실을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신도시 한편에서는 눈물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상가나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28일 한경닷컴이 주최한 '2019 유망 수익형 부동산 초청 투자쇼'에는 수백명의 인파가 몰렸다. 오피스텔, 상가, 섹션오피스 등 다양한 상품들이 선보였다. 준비된 좌석이 부족해 자리를 급히 추가할 정도였다. 50~60대가 대부분을 차지했고, 30~40대의 젊은층들도 눈에 띄었다. 새로운 수익형부동산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관람객들의 입장은 다양했다. 새로운 상품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지만, 기존의 상가를 어떻게 처리해야할까 고민하는 수요자부터 임대를 어떻게 놔야하는지, 요즘 수익형 부동산의 동향은 어떤지 등 문의가 다양했다. 이미 투자경험이 있는 수요자들이 새로운 상품에 더 관심이 많았다는 얘기다.

관람객 중 한 분은 50대임에도 '예전이 노후대비 하기에는 더 좋았다'며 참석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는 아파트만 두어개 갖고 있어도 노후보장이 됐고, 애들에게 큰 소리칠 수 있는 시대였다. 지금 60대말~70대 이상들이 그랬다. 하지만 우리 나이대는 집을 여러채 가질 상황도 안되고, 생활도 팍팍한데다 자녀에게 기댈 수도 없는 형편이다. 애들도 결혼 보다는 취직이나 자기들 흥미거리에만 관심이 있다. 적어도 30년은 더 살텐데 내 살 궁리는 내가 해야 한다. 그래서 방법이 있을까 하고 얘기를 좀 들어보기 위해 찾았다"라고 말했다.

생활형 숙박시설의 분양대행사인 바름피앤디의 송재원 본부장은 평소에 좋아하는 문구를 소개했다. '호황이 모든 사람의 성공을 책임져주지 않듯이, 불황이 모든 사람의 실패를 도모하지 않는다'라는 말이다. 그는 "분양 현장도 달라졌다. 경쟁적으로 빠르게 팔기보다는 제대로 팔기 위해 고객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현장 방문과 수요층을 직접 살펴볼 것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침체기라고 해도 나의 노후와 미래는 다가오고 있다. 준비는 반드시 필요하다. 분명히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투자쇼를 찾은 참석자들은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한결같은 얘기를 했다. 상가 투자자들의 눈물은 스스로 닦고 일어나야 한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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