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 재수사 검토…용의자 추적 가능성 있나

입력 2019-03-31 23:42   수정 2019-04-01 00:14



16년째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는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뒤늦게 나타나 경찰이 전면 재수사를 검토 중이다.

31일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전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팀에게 이 사건의 제보자가 연락한점을 확인하고 미제사건팀에서 내사를 벌이는 중이다.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은 2003년 11월 귀갓길에 실종된 여중생이 실종 95일 만인 2004년 2월 8일 포천시 도로변의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면적인 수사를 진행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해 내사 단계"라고 밝혔다.

2004년 2월, 경기도 포천시 도로변 인근의 배수로의 지름 60cm 좁은 배수관 안에서 변사체가 발견됐다. 입구로부터 1.5m 안쪽에 알몸으로 웅크린 채 처참하게 발견된 시신은 석 달 전 실종된 여중생 엄 양이었다. 집에 다 와간다고 엄마와 마지막 통화를 했던 엄 양은, 5분이면 집에 도착할 시골길에서 흔적 없이 증발했고, 96일 만에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왔다.

엄 양의 시신은 심한 부패 때문에 사인과 사망 시각을 특정할 수 없었다. 알몸으로 발견됨에 따라 성폭행 피해가 의심됐지만 정액반응은 음성이었고, 눈에 띄는 외상이나 결박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현장에서 나온 유일한 단서는 죽은 엄 양의 손톱과 발톱에 칠해져 있던 빨간 매니큐어였다. 평소 엄 양이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았다는 가족과 친구 진술에 따라 이는 엄 양 사후에 범인이 칠한 것으로 판단됐다. 심지어 범인은 엄 양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한 후 깎기도 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제보자 A씨는 방송에서 2003년 10월께 흰색차량을 타고 있던 남자에게 납치될 뻔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차를 태워주겠다는 남자의 권유에 얼떨결에 차에 탑승했지만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차를 세워주지 않았고 문을 열고 저항한 끝에 내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가까스로 탈출한 A씨는 1주일 후 여중생이 실종됐다는 플래카드를 보고 그 남자를 떠올렸지만 공포심에 신고는 하지 못했다.

"남자 손이 매우 하얗고 손톱은 깔끔했어요. 꼭 투명 매니큐어를 칠한 것처럼.“

경찰은 A씨를 전북경찰청 최면수사 전문가에게 협조 의뢰해 최면수사를 진행한 결과 당시 A씨가 탑승했던 차량번호 일부를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당 번호 차량주 탐문을 통해서도 용의자를 특정짓지는 못했다. A씨는 "범인이 곧 잡히리라고 생각했다"면서 "아이를 낳고 보니 부모의 마음이 이해가 가서 용기를 내서 제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프로파일러 출신인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성적인 유린행위, 유사성행위, 여기에서 성적쾌감이나 만족감을 얻는 형태의 도착증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당시 경찰은 매니큐어를 통해 용의자를 추적하기 위해 수십종의 매니큐어를 검사했으나 동일한 종류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서는 당시 화장품 매장에서 일했던 한 여성으로부터 "빨간색 매니큐어를 사간 남성이 있었다"는 제보를 새롭게 알아낼 수 있었다.

여성은 "남자분이 오셔서 빨간 매니큐어를 두 개 주더니 '언니 어떤 게 더 진해요?'라고 물었다. 부인이 시켰더라면 '우리 와이프가 어떤 색 좋아할까' 이렇게 했을 거 아니냐. 3년 정도 일했지만 빨간 매니큐어를 사간 남성은 그때 처음봤다"며 "매니큐어를 팔고 조금 있다가 그 살인사건이 났다. 그때도 유심히 안 봤고 약간 호리호리하다는 것밖에 기억이 안 난다 젊은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30대 중후반 정도"라고 말했다.

당시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수사반장은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당시 그는 이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 말고도 50여건의 사건을 맡고 있었다. 과중한 업무, 상에서 내려오는 압박, 그리고 미궁에 빠진 사건에 대한 스트레스가 엄청났을 것으로 전해진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을 통해 잊혀진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환기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16년 전 아무런 단서조차 남기지 않은 용의자에 온 국민은 물론 여론이 집중적인 관심을 갖는 것이 경찰에게 또 다른 압박과 실체없는 스트레스가 되는 것은 아닌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CCTV가 귀했던 시절. 당시 경찰은 범인의 DNA를 비롯해 그 어떤 정보도 찾아내지 못했다. 자신이 겪은 일과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을 연결짓지 못했던 또 다른 제보자가 나타나지 않는 한 영원한 미제사건으로 남을 우려도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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