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담캐피털을 운영하던 조엘 그린블라트는 1999년 《주식시장의 보물찾기》라는 특수상황 투자에 대한 책을 펴냈다. 이 책은 당시 금융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수상황 투자란 인수합병과 분할, 구조조정 등을 통해 자본구조가 변화하는 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방법을 말한다.
그린블라트는 이후 2006년 《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을 통해 큰 명성을 얻었다. 퀀트투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도 이 책을 통해서다. 이 책은 초등학생 아들에게 ‘아빠는 런 일을 하는 사람이야’ 하고 주식 세계를 설명해주면서 초등학생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 이른바 ‘마법공식’에 대해 설명해 준다. 마법공식은 두 가지 회계지표에 주목하는 투자 기법이다. 우선 이익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찾는다. 예를 들어 한 주가 1만원인데, 1000원의 주당순이익을 기록한다면 이 회사의 이익수익률은 10%다. 그린블라트는 이익수익률이 높은 종목에 투자하라고 권한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이익 대비 주가가 싸다고 해서 꼭 좋은 기업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예를 들어 경영진이 횡령을 해 감옥에 갔을 수도 있고, 더 나아가 기업의 파산 위험이 높아져 주가가 폭락한 덕분에 이익수익률이 높아졌을 가능성도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린블라트는 자본수익률이 높은 주식에 투자하라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사업을 위해 조달한 자본이 400억원인데 이 회사가 200억원의 이익을 냈다면 자본수익률은 50%다.
그린블라트는 미 증시에 상장된 회사(시가총액 5000만달러 이상인 3500개 주식)를 이익수익률과 자본수익률 순서로 나열해 가장 순위가 높은 기업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마법공식으로 고른 기업에 1988년부터 2009년까지 가상투자한 결과 연 23.8%의 수익률을 올렸다. 같은 기간 S&P500지수의 성과는 연 9.5%였다. 시가총액이 큰 상위 1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마법공식을 적용한 성과도 19.7%에 달했다고 주장한다. 참고로 그는 마법공식 투자 사이트를 통해 마법공식에 따른 투자 적합 종목 리스트를 지금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린블라트의 마법공식을 비판하고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그가 주장하는 수익률에 대한 의혹도 꾸준히 제기됐다. 투자전문가인 웨슬리 그레이와 토비아스 칼라일은 그들이 쓴 책 《퀀트가치 투자전략》에서 1964~2011년 마법공식을 적용한 성과는 연 12.44%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 수익률 9.5%를 크게 넘어선 것은 사실이지만 그린블라트의 주장과 격차가 크다는 것은 꽤 논란이 됐다. 마법공식에 대한 또 다른 비판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적용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번 한국 증시에서의 마법공식 성과 검증을 통해 이 의문은 상당 부분 해소된 것으로 봐도 될 것 같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hong87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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