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에 망가진 르노삼성…3월 판매 '반토막'

입력 2019-04-01 17:28  

닛산 위탁생산 축소가 '결정타'

장기 파업에 내수·수출 '와르르'
'판매절벽'에 몰린 르노삼성



[ 장창민/도병욱 기자 ] 르노삼성자동차의 지난달 국내외 자동차 판매량이 ‘반토막’ 났다. 프랑스 르노 본사와 동맹을 맺은 일본 닛산이 르노삼성 노동조합의 장기 파업을 이유로 올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 위탁 생산 물량을 40%가량 줄이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본지 3월 27일자 A4면 참조

르노삼성은 지난달 국내외 판매량이 작년 같은달보다 49.0% 급감한 1만3796대로 집계됐다고 1일 발표했다. 부산공장 연간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해온 로그 수출 물량이 쪼그라든 탓이 컸다. 지난달 북미 지역에 수출한 로그는 5779대로, 작년 같은 달(1만3751대)보다 58.0% 급감했다.

르노삼성의 판매량은 지난 1월과 2월에도 전년 동월보다 각각 37.3%, 26.7% 줄었다. 닛산은 르노삼성의 파업 장기화를 이유로 올해 로그 위탁 생산 물량을 기존 10만 대에서 6만 대로 줄이기로 했다.

“잊고 지냈던 ‘암흑기’가 다시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르노삼성자동차 직원 사이에서 이런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직원들의 우려대로 르노삼성은 올해 1분기(1~3월)에 2015년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2014년 9월 일본 닛산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를 수탁생산한 이후 처음으로 분기 판매량이 4만 대 밑으로 떨어졌다. 르노삼성은 지난 1분기 국내외에 3만9210대의 차량을 팔았다. 로그를 수탁생산하기 직전인 2014년 2분기(3만7545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3개월 연속 판매부진

르노삼성은 지난달 1만3796대를 판매했다고 1일 발표했다. 작년 3월(2만7059대)과 비교하면 49.0% 줄었다. 지난 2월(1만1721대)보다는 늘었지만,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면 2014년 9월 이후 최악 수준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르노삼성이 로그를 수탁생산한 이후 3월 판매량이 2만 대 아래로 떨어진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 회사의 ‘판매절벽’은 지난 1월 시작됐다. 올 들어 3개월 연속 판매량이 1만5000대를 밑돌았다.

노동조합의 장기 파업이 판매 급감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며 부분파업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52차례(210시간) 파업을 했다. 올 들어서는 파업 빈도가 부쩍 늘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파업으로 인한 손실 규모는 2352억원(차량 기준 1만2020대)에 달한다.

파업이 계속되자 차량 생산을 위탁한 고객사(닛산)가 물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1만3751대에 달했던 로그 수출량(판매량)이 지난달 5779대로 줄어든 이유다. 파업은 내수 판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공격적으로 판매가격을 내렸지만 올 들어 내수 판매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노조의 장기 파업과 수탁생산 물량 축소 등 부정적인 소식이 잇달아 나오자 소비자들이 구매를 꺼린 탓”이라고 말했다.

“더 큰 위기 온다”

업계에서는 ‘르노삼성의 진짜 위기는 이달부터’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닛산은 최근 르노삼성에 올해 로그 위탁물량을 40%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애초 올해 10만 대가량을 부산공장에 맡길 예정이었지만, 노조 리스크가 불거지자 6만 대만 위탁하겠다고 계획을 수정했다.

오는 10월부터는 아예 로그 물량이 사라진다. 로그 수탁생산 계약이 오는 9월 끝나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프랑스 르노 본사와 로그 후속 물량 배정을 논의해왔지만, 본사는 노조 파업과 2018년 임금 및 단체 협상부터 마무리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본사 고위 임원(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부회장)이 “3월 8일까지 임단협을 매듭짓지 않으면 신차 배정을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했지만 진전은 없었다. 르노삼성 노사는 1일에도 임단협을 재개했지만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10월 이후에는 월 판매량이 5000~6000대 수준으로 쪼그라들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르노삼성의 경쟁사인 한국GM과 쌍용차는 3월 판매량이 늘었다. 한국GM은 지난달 4만2996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월보다 4.2%, 전달보다는 31.4% 늘어난 규모다. 쌍용자동차는 전년 동월보다 19.5% 증가한 1만3590대를 팔았다. 현대자동차의 3월 판매량은 1년 전보다 2.2% 줄었다.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3월과 비슷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도병욱/장창민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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