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日王 연호 '레이와'

입력 2019-04-01 17:31  

전통 시가집 '만요슈'서 인용
나루히토 다음달 1일 즉위"



[ 김동욱 기자 ]
일본 정부가 5월 1일 나루히토(德仁·59) 일왕 즉위에 맞춰 새로 사용할 연호(年號)를 ‘레이와(令和)’로 결정했다. 85세 고령인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아들인 나루히토 왕세자에게 왕위를 넘기기 위해 4월 30일 물러난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1일 나루히토 새 일왕 즉위를 한 달 앞두고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현재의 ‘헤이세이(平成)’를 대체할 연호로 레이와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레이와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인 《만요슈(萬葉集)》에서 따왔다. 일본이 중국 고전이 아니라 일본 고전에서 연호를 인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새 연호에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마음을 모아 문화가 탄생하고 자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화사하게 피는 매화꽃처럼 일본인들이 내일을 향한 희망의 꽃을 크게 피울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연호는 군주제 국가에서 왕의 통치기간에 맞춰 해를 세는 방식이다. 일본에선 여전히 연호가 서기(西紀) 연도와 함께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널리 사용되고 있다. 각종 공문서와 은행 서류, 부동산 계약서 등을 작성할 때 연호가 쓰인다.

연호는 좋은 의미를 지니고 있으면서 읽고 쓰기 편한 두 글자의 한자로 구성하는 것이 원칙이다. 19세기 메이지 유신 이후에는 메이지(M), 다이쇼(T), 쇼와(S), 헤이세이(H) 처럼 연호가 서로 다른 영문자로 표기되는 점도 고려한다.

일본 역대 248개 연호 중 출전을 알 수 있는 77개는 모두 중국 고전에서 인용했다. 하지만 이번엔 《주역》 《서경》 《사기》 등 중국 고전에서 연호를 정하던 관례를 벗어났다. 레이와가 ‘(일본 또는 일왕이) 화합을 명한다’는 의미로도 읽힐 수 있어 연호 선정 과정에서 민족주의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새 연호가 발표되자 일본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연호 발표 장면은 총리관저 트위터로 생중계됐고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 등은 이 소식을 호외로 발행했다. 내수 활성화에 대한 기대도 높다. 가전회사를 비롯한 소비재 기업들은 잇따라 할인행사 등에 나서고 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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