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배드뱅크 보유 물량
10조위안 육박…세계 최대
[ 강동균 기자 ] 중국 부실채권시장에 해외 자본이 몰려들고 있다. 경기 둔화로 중국 은행들이 보유한 부실채권이 급증하자 새로운 투자 기회를 엿보던 해외 자본들이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중국 정부가 급증한 부실채권을 모두 정리하는 데 한계에 부딪힌 것도 해외 자본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블룸버그통신은 1일 미국 오크트리캐피털과 론스타, 베인캐피털, 골드만삭스 등이 주도한 해외 펀드들이 중국 부실채권 매입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은행이 보유한 부실채권을 싼값에 매입한 뒤 가치를 올려 되파는 것은 해외 벌처펀드들의 전통적인 영업 기법이다.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상업은행들이 보유한 부실채권은 2조위안(약 337조5000억원) 규모다. 부실채권의 직전 단계인 요주의 채권도 3조4000억위안에 이른다. 요주의 채권 대부분이 부실채권화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은행권이 보유한 부실채권은 5조4000억위안 규모에 달한다.
여기에 부실채권 처리 전담 금융회사인 배드뱅크가 보유한 물량을 합하면 중국의 부실채권 규모는 더욱 늘어난다. 중국 정부는 1999년 국유 은행들의 부실자산을 관리하기 위해 4개의 자산관리회사(AMC)를 설립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4개 AMC가 보유한 부실채권은 4조3000억위안에 이른다. 이를 모두 포함하면 중국 부실채권은 9조7000억위안(약 1636조원)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시진핑 정부의 강한 주문에 따라 중국 은행들은 연간 1조위안씩의 부실채권을 AMC에 매각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 발생하는 부실채권은 이 같은 정리 규모를 웃돌고 있다. 이에 따라 론스타펀드와 베인캐피털, 골드만삭스 등이 설립한 펀드들이 지난해부터 공격적으로 부실채권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부실채권을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선전첸하이금융자산에 따르면 작년 중국에서 해외 자본이 인수한 부실채권은 장부가 기준 220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두 배나 늘었다.
해외 자본은 2000년대 초에도 중국 은행들의 부실채권을 활발히 매입한 적이 있다. 하지만 2016~2017년 중국 AMC들이 적극적으로 부실채권 소화에 나서면서 가격이 오르자 해외 자본 투자는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기 둔화로 신규 부실채권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반면 AMC의 처리 능력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해외 자본의 중국 부실채권 매입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중국의 정크본드(투자부적격 등급 채권)시장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채권시장을 억누르던 불안 요인이 줄어들면서 올 1분기 중국 기업들이 발행한 달러화 표시 정크본드 가격이 크게 뛰었다고 전했다. 채권 가격이 상승했다는 것은 채권 금리(수익률)가 하락했다는 걸 말한다.
정크본드 벤치마크인 ICE지수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28일까지 투자등급 채권과 중국 정크본드의 평균 스프레드(금리 격차)는 2.64%포인트 떨어져 5.83%포인트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 정크본드 평균 금리는 연 8.1%로 하락했다.
WSJ는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중국 기업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증가 등 채권 가격 하락을 부추겼던 악재들이 줄어들면서 정크본드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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