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진 "네이버는 이제 완벽한 라이벌…이겨야 하고, 이길 수 있다"

입력 2019-04-01 17:50  

이달부터 NHN으로 새 출발

핀테크·음원 등 사업 다각화
홀로서기 5년만에 매출 '1조 클럽'



[ 임현우 기자 ]
“5년 전만 해도 매출의 88%가 게임에서 나왔지만 이젠 핀테크(금융기술), 음원, 클라우드 같은 신사업에서 65%가 나옵니다. 사업 확장과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 한국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자리매김하자는 뜻을 담았습니다.”

정우진 NHN(옛 NHN엔터테인먼트) 대표(44)는 이달부터 사명을 바꾸고 새 출발하는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 회사는 2013년 네이버(당시 NHN)가 게임사업 부문을 인적 분할하면서 출범했다. 이준호 NHN 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상호 간 지분도 모두 정리해 공식적으로 ‘남남’이 됐다.


NHN은 분할 이후 ‘규제 리스크’가 강한 게임사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신사업을 공격적으로 키웠다. ‘한게임’에 이어 간편결제 ‘페이코’, 웹툰 ‘코미코’, 기업용 클라우드 ‘토스트’ 등을 내놨고 벅스뮤직, 한국사이버결제, 여행박사 등을 인수합병(M&A)했다. 다각화 전략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1조2821억원을 기록했다. 홀로서기 5년 만에 ‘매출 1조 클럽’에 진입했고, 최근 석 달 새 주가가 50% 이상 뛰면서 회사 분위기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고 정 대표는 전했다.

NHN 게임부문은 PC보다는 스마트폰, 장르 면에선 ‘말랑말랑’한 캐주얼 게임 쪽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라인 디즈니 쯔무쯔무’와 ‘라인팝’ 시리즈 등이 히트작에 올라 상당한 돈을 벌어오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의 28%(3117억원)를 일본에서 올렸다.

올해 최대 기대작으로는 여름께 일본에서 선보일 ‘닥터마리오 월드’가 꼽힌다. 일본 닌텐도의 슈퍼마리오 캐릭터를 활용한 게임으로 NHN이 개발을, 라인이 유통을 맡았다. 정 대표는 “깐깐하기로 유명한 닌텐도의 게임 개발사로 국내 업체가 선정된 것은 처음”이라며 “일본의 기존 출시작을 모두 뛰어넘는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8개월간 닌텐도 사무실을 수없이 드나들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보인 결과”라며 “NHN의 게임 개발 역량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반기 출시를 앞둔 총쏘기 게임 ‘크리티컬 옵스’는 국가별 대항전을 열어 e스포츠 사업으로 키운다는 구상도 밝혔다.

NHN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핀테크 서비스 페이코에 대해서는 “충성도 높은 이용자를 늘려 내실을 다지겠다”며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2015년 출시된 페이코는 지난해 거래액 4조5000억원, 실결제이용자(PU) 900만 명을 넘겼다. 다만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을 압도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있는 게 사실이다.

정 대표는 페이코의 궁극적인 수익은 ‘타깃 광고’에 있다고 했다. 이걸로 돈을 벌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20년 전만 해도 네이버가 ‘키워드 광고’로 돈을 벌 것이라고 누가 인정했느냐”고 되물었다. 정 대표는 “맞춤형 쿠폰을 뿌리고 소비자들 반응을 보면서 효과를 실험하는 단계”라며 “경험이 쌓이면 네이버 키워드 광고만큼 강력한 힘을 보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때 저울질했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은 “이젠 전혀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올해부터는 토스트 클라우드 사업에도 힘을 실을 계획이다. 정 대표는 “업종 면에선 금융·게임, 국가로는 한국·일본·미국에 집중해 특화된 영역을 공략할 것”이라며 “아마존 클라우드보다 20~30% 저렴한 가격이 무기”라고 했다. 자체 설립한 인공지능(AI) 연구조직에서 ‘한국판 알파고’인 바둑 AI ‘한돌’을 개발하는 등 신기술 연구개발(R&D)도 확대하고 있다.

사업 분야가 넓어지면서 NHN은 네이버와 부딪치는 영역도 많아지고 있다. 정 대표는 2001~2013년 네이버에서 미국법인 사업개발그룹장, 캐주얼게임사업부장 등을 지냈다. ‘옛 친정’과의 경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엄밀히 얘기하면 이젠 다른 회사고, 완전한 경쟁 체제죠.” 정 대표는 “덩치가 차이나긴 하지만 싸워야 할 때는 싸워야 하고, 클라우드 등에서는 충분히 이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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