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벤처펀드의 짧은 봄?…'CB 폭탄' 경보

입력 2019-04-0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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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회복하니 신주물량 부담

코스닥벤처펀드 출시하려면
자산 15%, 벤처 신주 투자해야
일부 펀드, 신주 대신 CB 담아



[ 나수지 기자 ] 오는 5일로 출시 1년을 맞는 코스닥 벤처펀드 수익률이 올 들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코스닥시장 급락으로 한동안 대부분 펀드가 손실을 냈지만, 올 들어서는 시장이 반등하면서 수익률도 개선됐다.

하지만 출시 1년을 기점으로 해당 펀드들이 투자한 전환사채(CB) 발행 기업들의 신주가 시장에 대량으로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CB를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를 통상 발행 후 1년 뒤부터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 벤처펀드 수익률 반등

2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닥 벤처펀드 12개는 올 들어 평균 9.68% 수익을 냈다. 지난해에는 설정 후 연말까지 평균 12.87% 손실을 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KTB 코스닥벤처2’(설정 후 수익률 1.33%), ‘하나UBS 코스닥벤처기업&공모주’(0.76%) 등은 설정 후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서기도 했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해 4월 5일 첫선을 보였다. 전체 자산의 15%를 벤처기업 신주나 CB 등 메자닌에, 35%를 코스닥시장 상장 중소·중견기업 신주 또는 구주에 투자하면 펀드 운용사에 공모주 30%를 우선 배정해 주는 상품이다.

문제는 출시 시점이었다. 코스닥 벤처펀드가 나온 뒤 한 달 만인 5월부터 바이오주를 중심으로 코스닥시장이 흔들리면서 펀드수익률도 추락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미국 금리 인상 등에 대한 우려로 국내외 증시가 급락하면서 수익률이 더 나빠졌다.

그러다 올 들어 코스닥지수가 상승하고 공모주 투자 수익률도 회복하면서 코스닥 벤처펀드 성과가 개선됐다. 코스닥지수는 올 들어 9.46% 올랐다. 이윤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엔 공모 규모가 큰 기업들이 연거푸 상장을 철회하면서 기업공개 시장이 얼어붙었다”며 “올 들어선 기업들이 몸값을 낮춰 상장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면서 공모주 시장 흥행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주 전환 대기 물량은 부담”

코스닥 벤처펀드가 출범 1년을 맞으면서 펀드가 투자한 CB를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코스닥 벤처펀드가 출시되면서 코스닥시장 상장사를 중심으로 CB 발행도 급증했다.

SK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코스닥시장 기업들의 CB 발행 규모는 총 4조15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보다 20.8% 늘어난 수치다. 코스닥 벤처펀드로 인정받기 위해선 자산의 15% 이상을 벤처기업 신주에 투자해야 한다. CB도 신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까닭에 변동성이 큰 코스닥 주식을 담지 않으려는 사모펀드들 가운데는 자산 전체를 CB로 채우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문제는 당시 대거 발행된 CB를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CB가 주식으로 바뀌면 그만큼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떨어진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현 주가보다 전환가격이 크게 낮은 기업을 중심으로 주식전환청구권 행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코스닥 벤처펀드가 당초 의도와 달리 코스닥시장 상승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지난해 10월 급락장에서 전환가가 조정(리픽싱)된 전환사채 투자자들 가운데 헐값에 주식을 전환하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코스닥 벤처펀드가 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출범했지만 1년이 지난 상황에선 오히려 시장에 부담 요인으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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