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국내공장 44년 만에 '적자'
[ 장창민/도병욱 기자 ] 한국 자동차업계가 ‘생산절벽’ 위기에 빠졌다. 지난 1분기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오랜 판매 부진에다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가 맞물린 결과다.
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 7개사는 1분기(1~3월) 95만4908대의 차량을 생산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96만2803대)보다 0.8% 줄었다. 2017년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이어 지난해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까지 맞물리며 2년 가까이 고전해온 후유증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선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의 장기 파업까지 이어지며 ‘마지노선’으로 여겨져온 연 400만 대 생산체제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판매절벽’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현대차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8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59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국내 공장을 돌려 영업손실을 본 것은 1974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44년 만에 처음이다. 해외 법인 및 관계사에 대한 지분법 평가 손익 등을 제외한 국내 공장 기반 사업에서 적자를 봤다는 의미다. 그동안 현대차는 국내 공장을 돌려 매년 2조~4조원가량을 벌었다. 지난해 국내외 판매 부진에 인건비, 원재료 비용 등 원가 상승이 겹치면서 국내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 내몰렸다는 분석이다.
뚝뚝 떨어지는 한국 車공장 경쟁력…"2분기 본격 위기 온다"
한국 자동차산업이 ‘생산절벽’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1분기 생산량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은 2009년 이후 최저 수준(1분기 기준)으로 떨어졌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조의 장기 파업과 한국GM의 판매 부진이 겹친 탓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고임금·저효율의 덫에 짓눌려 생산량을 몇 년째 못 늘리고 있다. 2분기부터 생산량이 더욱 가파르게 줄어들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생산량이 줄면 완성차업체의 고용 여력도 감소하고 일부 부품회사는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며 “연간 생산량이 400만 대를 밑돌면 한국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파업·공장 폐쇄 겹쳐 생산량 급감
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 완성차업체 7곳(타타대우상용차 및 자일대우버스 포함)은 지난 1분기 95만4908대의 차량을 생산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96만2803대)보다 0.8% 줄었다. 생산량이 가장 많았던 2012년 1분기(117만5517대)와 비교하면 20만 대 넘게 감소했다.
르노삼성은 올 1분기 3만8752대의 차량을 제조하는 데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40.2% 감소했다. 노조의 장기 파업 때문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며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까지 52차례(210시간) 파업했다. 파업 빈도는 올 들어 급격하게 늘었다. 회사 측은 파업으로 인해 차량 1만2020대 규모(2352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한국GM은 지난해 2월 군산공장을 폐쇄한 뒤 1년 넘게 휘청이고 있다. 이 회사의 1분기 생산량은 지난해 4만1742대에서 올해 3만8201대로 4.5% 줄었다. 군산공장 폐쇄 이후 불거진 한국 철수설 때문에 내수시장에서 외면받은 탓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생산량은 2014년 이후 완만하게 줄고 있다. 올 1분기 생산량은 작년 1분기보다 각각 1.5%, 4.4% 늘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5년 전인 2014년과 비교하면 10% 넘게 줄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은 “고비용·저생산 구조와 부족한 노동유연성 등 때문에 한국 자동차산업이 뒷걸음질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 400만 대 생산 밑도나
전문가들은 2분기부터 본격적인 위기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당장 르노삼성의 생산량은 지금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르노삼성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의 생산을 맡긴 닛산은 이달부터 위탁물량을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연초에는 올해 10만 대가량을 르노삼성 부산공장에 맡기겠다고 했지만, 노조 리스크 때문에 6만 대만 위탁하기로 수정했다. 오는 10월부터는 로그 물량이 아예 없어진다. 수탁생산 계약이 9월 끝나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아직 로그 후속 물량을 확정하지 못했다. 프랑스 르노 본사는 노사 갈등을 이유로 후속 차량 배정을 미루고 있다.
한국GM의 생산량도 당분간 늘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다. 한국GM은 올해 해외에서 생산한 차량을 가져와 파는 데 집중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현대차 및 기아차 노조까지 파업에 나서면 생산량은 더욱 급격하게 줄어든다. 두 회사의 노사는 정규직 채용 규모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연간 생산량이 400만 대를 밑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 완성차 7사는 지난해 402만8834대를 생산했다. 지금 추세가 계속되면 올해 생산량은 390만 대 선에 그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자동차산업협회는 올해 자동차 생산 전망치도 내놓지 못했다. 200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업계 일각에선 “섣불리 400만 대 넘게 생산할 것이라고 관측했다가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고 생산량이 400만 대를 밑돈다고 협회가 앞장서서 전망하기도 모호해 아예 전망치를 내놓지 않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국은 2007년 처음 400만 대 넘게 차를 생산했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8~2009년을 제외하면 매년 400만대 선을 지켰다. 업계 관계자는 “연 400만 대 생산은 한국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유지되는 마지노선”이라며 “이 선이 무너지면 당장 수많은 부품회사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생산량이 계속 감소하면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가 고용 인력을 줄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장창민/도병욱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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