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계의 올해 1분기(1~3월) 성적표가 공개됐다.
브랜드별로는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의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반면 한국GM과 르노삼성은 지지부진했다. 차종별로는 승용계열 판매 부진이 도드라졌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만 인기몰이에 나섰다. LPG차의 약진도 눈여겨 볼 만하다.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현대·기아·쌍용·한국GM·르노삼성)의 3월 내수 판매는 13만8000대로 전년 동기보다 0.8% 소폭 감소했다. 현대차와 쌍용차, 한국지엠 등 3곳만 판매량이 늘었다.
현대차의 1분기 누적 판매는 16만9000대로 8.7% 증가, 쌍용차는 2만7350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1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쌍용차의 경우 2003년 1분기(3만9084대) 이후 16년 만에 분기 최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기아차는 8세대 신형 쏘나타 등장 탓에 K3와 K5 판매량이 25.9%와 31.3% 줄어 타격을 입었고, 르노삼성은 부산공장 파업 등으로 공급 차질이 발생, 전년보다 16.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흥국증권 박상원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는 "전반적으로 연중 판매량이 가장 안 좋은 1분기이지만, 르노삼성의 공장파업 부분만 제외하면 완성차 업계의 내수판매 성적은 매우 양호한 편"이라고 분석했다.
차종별로는 승용차의 판매 감소가 두드러졌다.
현대차의 벨로스터는 지난 3월 한 달간 201대 판매로 전년 동월 대비 28% 줄었고, 아반떼와 아이오닉도 각각 같은 기간 5.5%와 43.2% 감소했다. i30와 그랜저 역시 39.2%와 0.6% 줄었다. 기아차의 K3, K5, K7은 각각 25.9%, 31.3%, 19.9% 감소했으며 스팅어와 모닝은 6.4%와 11.8%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1~3월 누적 성적표는 더 저조하다. 엑센트, 아반떼, 아이오닉, i30, 쏘나타, 그랜저의 1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21%, 8%, 71%, 50%, 2%씩 쪼그라들었다. 전분기 대비로도 18%, 15%, 49%, 46%, 3%, 4%씩 줄었다. 기아차의 K5와 K7은 각각 18%씩 감소했다.
레저용차량(RV, SUV 포함) 포트폴리오가 1분기 내수 시장을 지배한 것이다.
쌍용차가 16년 만에 분기 최대 실적을 낸 것도 RV계열의 판매 호조 덕분이다. 쌍용차는 지난 3월 내수시장에서 1만984대를 판매, 2015년 12월(1만1351대) 이후 39개월 만에 월간 최대 실적을 올렸다. 렉스턴 스포츠와 코란도의 잇단 출시가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형 SUV 돌풍을 이끌고 있는 현대차의 팰리세이드는 지난 석 달간 1만8049대 인도됐다. 투싼과 싼타페는 전년보다 11.3%, 10.3% 늘어난 판매량을 기록했다. 기아차의 카니발, 쏘울, 니로 역시 16%, 297%, 11%씩 판매량이 뛰었다.
파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르노삼성은 LPG차 부문에서 두각을 보였다. 지난달 26일 LPG 모델 일반 판매 시행으로 르노삼성차 LPG 모델들의 판매량은 2월 대비 46.9% 증가했다.
'도넛 탱크' 기술 탑재로 기존 LPG 차량의 단점인 트렁크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한 SM6 LPG와 SM7 LPG는 일반 판매 기간이 영업일 기준 4일 밖에 되지 않았는 데도 이 기간에만 530대와 295대가 팔려나가 전달보다 각각 46.4%와 41.1%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박상원 애널리스트는 "3월은 1분기 중에 신차를 출시한 현대차 및 쌍용차의 수혜가 컸던 달"이라면서도 "다만 오는 6월에 개소세 인하가 종료되면 대다수 업체들의 판매 감소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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