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긴급 전수조사 나선다"
조기현 변호사 "사전 공지 없었다면 불법증거"
금천구에서 아이돌보미에 의한 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해 전 국민이 공분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2일 공식 사과하고 긴급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여가부 측은 "해당 가족과 국민에게 큰 우려와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며 "사건에 대해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유사 사례가 있는지 확인해 엄정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적극 협조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아동 학대가 재발하지 않고 부모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안전한 아이 돌보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현장 전문가와 함께 전담인력(TF)를 구성해 아동 학대 예방 및 대응 계획을 포함한 구체적인 개선계획을 이달 중에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아동학대 전수조사 등 예방 대책을 강화한다는 게 여가부의 계획이다. 먼저 아이 돌보미를 이용하는 모든 가정을 대상으로 모바일 긴급 점검을 하고 아동 학대 의심이 있는 가정에 대해서는 심층 방문상담을 실시한다.
또 아이돌봄서비스 홈페이지(idolbom.go.kr)에 신고창구를 개설해 오는 8일부터 온라인 아동 학대 신고를 받을 예정이다. 신고 된 사건에 대해서는 아동보호 전문기관 등과 협력해 조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말을 잘 못하고 의사표현이 불가능한 영아들을 둔 부모는 불안하기만 하다.
내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아이에 대한 학대가 일어나도 이를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금천구 아이돌보미 학대 사건도 수상히 여긴 부목 CCTV를 설치하지 않았다면 알아내지 못했을 일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돌보미에게 아이를 맡긴 부모들은 CCTV 설치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최근에는 아이돌보미에게 동의를 구한 뒤 CCTV를 설치하는 일로 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서로 합의가 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일부 돌보미들은 '나를 못 믿겠다는 것이냐. 감시 당하는 것 같아 싫다'며 불쾌감을 표할 수 있기 때문.
그렇다면 금천구 아이돌보미 폭행이 담긴 CCTV 영상은 형사 사건의 증거로 채택될 수 있을까.
예전에는 아동학대를 의심한 부모가 아이 주변에 녹음기를 설치했다가 도우미가 아이를 때리는 소리가 녹음된 걸 듣고 이를 고발했으나 제3자가 몰래 녹음한 음성자료는 정보통신법 위반이라 증거로 채택되지 않은 일이 있다.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조기현 변호사는 녹음 문제와 관련해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대화의 당사자가 녹음하는 건 합법이다"라고 밝혔다.
타인의 대화가 아니면 얼마든지 녹음할 수 있다는 것.
조 변호사는 "아이 옆에 녹음기를 설치했다가 학대 상황을 포착했던 사건에서 1심에서는 아이 부모가 아이와 베이비시터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것이 불법이라해서 무죄가 선고됐다"면서 "하지만 이어진 항소심에서는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게 아니라 주변 정황과 학대를 가하는 사실에 대한 녹음이므로 통신법상 타인간 대화가 아니라고 판단해 베이비시터에게 유죄가 선고됐다"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최근 아동 학대 관련 사건에서 초등학교 내 비슷한 일이 자주 일어난다. 5~6학년 된 아이들은 선생님과의 대화를 녹음해 자신이 학대받았다고 신고하기도 하는데 이런 녹음은 합법적 증거다"라면서 "하지만 3~4살 아이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몸에 녹음기를 소지하고 있더라도 아이가 녹음했다고 볼 수 없다. 이때 쟁점이 되는 것은 아이가 선생님과 대화했으면 불법 증거고 선생님의 목청 높은 목소리 등 위압적인 상황만 담겨 있다면 합법적 증거가 된다. 상황에 따라 다른 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녹음이 아닌 CCTV는 어떨까.
조 변호사는 "CCTV 촬영 동의 구하면 어디든 찍어도 괜찮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 설치된 CCTV가 그런 경우다"라면서 "집에서 찍는다 해도 미리 얘기하고 설치했으면 증거로 채택되지만 말하지 않고 몰래 숨겨서 촬영했다면 불법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처음부터 CCTV가 설치돼 있다는 얘기를 함으로써 학대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면서 "아이가 걱정스럽다면 돌보미를 채용할 때부터 설치를 공지하고 주의 당부하는 것이 좋다. 몰래 CCTV 설치하면 그것도 몰카 범죄다"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불법 증거는 형사소송 증거로 쓸 수 없기 때문에 재판까지 가게 돼도 증거로 채택되지 못한다.
조 변호사는 "이 영상을 가지고 추궁해 피의자가 자백한다 해도 '독수독과(毒樹毒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의하여 발견된 제2차 증거의 증거능력은 인정할 수 없다) 이론에 따라 무죄 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정부가 운영하는 아이돌봄서비스 돌봄 교사가 14개월 된 아기를 3개월간 학대?폭행했다는 글과 함께 CCTV 영상이 공개됐다. 서울 금천구에 사는 맞벌이 부부라고 소개한 청원자는 정부의 육아 지원 서비스를 통해 만난 50대 아이돌봄교사 김모씨가 아이를 학대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했다.
금천구 아동학대 피해 아이의 부모는 문제의 아이돌보미를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조만간 김씨를 불러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도움말=조기현 중앙헌법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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