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없고 비싸고…'텅 빈' 외국인 전용 임대

입력 2019-04-03 17:36  

송도 6개단지 356가구 공실

"투자유치 활성화" 2009년 도입
국제업무단지 외국기업 없어
외국인으로 공실 해소 '난망'



[ 민경진 기자 ] 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동에서 모델하우스를 개관한 ‘호반베르디움’ 아파트는 100% 미분양됐다. 이 아파트는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공급한 외국인 전용 임대주택이다. 하지만 청약에 나선 외국인이 단 한 명도 없었다. 호반산업은 임차인 모집을 무기한 지속할 계획이다. 호반산업 관계자는 “외국인을 위한 특화설계나 임대료 혜택을 물어보는 문의만 몇 건 왔다”며 “임대 조건이 주변 일반 아파트 전·월세 조건보다 못해 외국인이 느끼는 매력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4분의 3이 공실

3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인천 소재 외국인 전용 임대주택 중 4분의 3가량이 공실로 방치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에 공급된 외국인 전용 임대주택 6개 단지 총 482가구 중 356가구가 준공 후 수년째 임차인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 일부 단지의 공실률은 100%다. 송도동 그린워크2차(2014년·665가구)는 22가구를 외국인 임대용으로 공급했지만 모두 비어 있다. 이듬해 입주한 송도동 그린워크3차 D17·D18블록(총 1138가구) 외국인 전용 물량 67가구 역시 공실이다.

인천도시공사가 소유한 송도동 호반베르디움(2017년·1834가구)은 154가구 중 6가구만 임대 중이다. 이마저도 애초 목적과 다르게 모두 내국인이 임차하고 있다. 송도첨단산업클러스트 인근에 있는 송도동 에듀포레푸르지오는 119가구 중 단 1가구만 외국인이 임차하고 있다. 나머진 모두 공실이다. 이 단지 입주민대표회 관계자는 “주변 공사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인부만 한 집에 열댓 명씩 잠시 머물다 갔다”며 “글로벌 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이 들어온다는 분양 광고는 완전히 틀렸다”고 말했다.

외국인 전용 임대주택은 2009년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고 투자 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투자기업과 외국 교육기관, 외국 의료기관 등의 종사자가 임차할 수 있다. 고준석 동국대 겸인교수는 “말만 국제업무지구지 제대로 된 외국 기업이 없다 보니 임대주택 수요도 없다”며 “공실이 해소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임대료는 바가지 수준

부동산 전문가들은 외국인 임대주택의 임대료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입을 모았다. 청라국제도시 A3블록에 들어서는 호반베르디움 전용 84㎡의 임대보증금은 약 2억2000만원, 월 임대료는 130만원 수준이다. 이는 주변 아파트 임대 시세보다 턱없이 비싸다. 비슷한 면적의 주변 아파트와 비교하면 매달 100만원을 더 낸다. 인접한 청라동 청라한양수자인레이크블루(2019년) 전용 84㎡의 전세보증금 시세는 2억~2억5000만원 정도다. 청라동 청라호반베르디움(2012년) 전용 84㎡는 지난 3월 2억2000만~2억55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체결됐다. 보증금 수준은 비슷하지만 외국인 전용 임대주택을 임차할 경우 지출해야 할 돈이 100만원가량 더 추가된다.

보증금도 외국인들에겐 큰 부담이다. 외국인 전용 주택 임차인은 집단대출을 받을 수 없어 보증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한국처럼 높은 보증금을 요구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며 “중대형 위주로 임대주택을 공급한 것도 1~2인 가구가 대다수인 외국인 근로자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수요 없어도 공급 지속

외국인 전용 임대주택은 계속 공급된다. 인천에서만 송도랜드마크 6·8공구 571가구, 송도국제업무단지 B3블록 167가구, 영종하늘도시 A61블록 602가구 등이 예정돼 있다. 청라국제도시 A3·A4블록 480가구는 최근 사업계획승인을 받고 일부 단지에서 임차인 모집을 시작했다. 모두 합하면 총 1820가구의 외국인 전용 임대주택이 새로 들어선다.

공실이 장기화하자 정부는 관련 법을 개정해 지난해 10월부터 임대공고 후 1년 이상 임대되지 않은 주택은 일반분양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분양 전환이 쉽지 않다. 분양 전환을 원하는 건설업체는 토지를 공급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과 협의해 지구단위 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 또 분양 전환에 따른 비용 정산 및 인허가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 송도에 외국인 전용 임대주택을 지은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운영비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사회적으로도 큰 낭비”라고 토로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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