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홈쇼핑을 통해 판매되는 수입 명품가방은 필링크가 상당부분 들여왔다고 보면 됩니다. 지난달부터는 더 상위권의 명품 가죽제품이 들어와 국내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올해도 필링크의 고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지난달 27일 서울 영등포 필링크타워에서 만난 서영운 대표(사진)는 2019년 필링크 매출이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링크는 2018년에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전년 대비 197% 증가한 4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4월 합병한 명품 병행수입업체 라프리마가 410억원의 연간 매출을 달성해 실적에 크게 기여했다. 필링크의 2018년 매출에서 해외패션유통 부문이 70%, 정보기술(IT) 부문이 30%를 차지했다.
병행수입이란 판권(전용사용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제3자가 해외에서 물건을 직접 사오는 것을 말한다. 필링크는 지난해 이탈리아 명품가방의 병행수입 물량을 대규모로 수입해 고성장할 수 있었다.
한국 증시의 상장사인 점, 판매 계획, 대규모 주문으로 이탈리아 도매상을 설득시킨 필링크는 수입한 명품 가방을 홈쇼핑에 풀었다. 예상대로 명품 수요는 많았고, 연일 매진을 기록했다. 필링크는 홈쇼핑의 명품백 시대를 열었다.
서 대표는 "최근의 소비는 아주 비싼 것이나 아주 싼 것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는 이같은 흐름에 맞춰 선제적으로 움직인 것 뿐"이라고 했다.
백화점의 성장을 명품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소비 양극화의 방증이다. 산업통산자원부에 따르면 명품이 국내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12.5%에서 지난해 4분기 19.8%까지 늘어났다.
서 대표가 2019년 성장을 자신하는 것은 지금보다 더 상위권의 명품 브랜드를 잡아서다.
그는 "명품은 주문하고 제품을 받기까지 6개월 이상이 걸린다"며 "올해 판매할 물량에 대한 주문은 이미 지난해에 다 마쳤다"고 설명했다. 벌써부터 내년을 고민하고 있다. 5월까지는 주문해야 겨울에 제품을 받아서 내년에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 대표의 목표는 필링크의 매출을 3000억원대까지 높이는 것이다. 이 정도 수준의 구매력을 갖춰야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고, 소비자에게도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명품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명품 병행수입 1위 기업인 우에니무역그룹이 선례다. 우에니무역그룹은 지난해 484억엔(약 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거래처는 800여개에 달한다.
서 대표는 "거래처들이 우에니무역그룹을 중심으로 구매자금을 모아 보다 저렴한 가격에 명품을 들여온다"며 "우에니가 구매를 총괄한 이후 거래처들에게 명품을 뿌려주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필링크에도 명품 구매를 의뢰하는 국내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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