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인 펄어비스 대표
글로벌 영토확장 성과…'트리플A급'게임 만든다
[ 김주완 기자 ] 펄어비스는 국내 게임업계에서 성장세가 가장 가파른 기업이다. 2015년 217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4043억원으로 3년 새 18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게임 ‘검은사막’ 흥행 덕분이다. 2014년 첫선을 보인 검은사막은 지금도 국내는 물론 북미 유럽 등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모바일, 콘솔용 게임기(엑스박스원) 등에서도 해당 플랫폼에 맞게 검은사막을 즐길 수 있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검은사막 모바일’을 내놓으며 다시 한번 급성장했다. 펄어비스를 이끌고 있는 정경인 대표는 “지난해에는 검은사막의 글로벌 확장과 모바일 플랫폼 진출이 성공한 한 해였다”며 “올해 목표는 검은사막 모바일의 글로벌 확대와 콘솔 플랫폼으로의 확장”이라고 말했다.
펄어비스 성장의 비결은 기술력과 인재 중심 경영이다. 게임 개발을 돕는 핵심 소프트웨어인 ‘게임 엔진’도 직접 제작해 사용하고 있다. 국내 대부분 게임업체가 외부 게임 엔진을 사용하는 것과 비교된다. 정 대표는 “펄어비스의 기술력이라면 다른 상용화된 엔진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게임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최고 수준의 사내 복지 혜택에 대해서는 “좋은 게임의 개발과 서비스를 위해 회사 구성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급증했습니다.
“지난해에는 ‘검은사막’의 글로벌 확장과 모바일 플랫폼에서 성과를 냈습니다. 동남아시아 지역까지 확대하면서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작년 2월에는 국내에 ‘검은사막 모바일’을 선보여 모바일 기기로도 펄어비스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대만에 이 게임을 출시해 모바일 게임의 글로벌 확장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도 차지했습니다.”
▷올해 주요 계획이 궁금합니다.
“올해는 검은사막 모바일의 글로벌 확대와 콘솔 플랫폼으로의 확장이 핵심 과제입니다. 첫 출발로 지난 2월 일본 시장에 검은사막 모바일을 선보였습니다. 일본 구글의 앱(응용프로그램) 장터인 플레이스토어에서 15일 연속 인기 게임 1위에 올랐고, 출시 직후에는 애플의 앱스토어 최고 매출 2위를 기록했습니다. 연내 출시 지역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3월에는 검은사막 엑스박스원(콘솔용 게임기) 버전을 북미와 유럽 지역에 내놓았습니다. 출시 11일 만에 게임 서버를 10개에서 22개로 두 배 이상으로 증설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 스토어의 ‘유료 상위 게임(top paid games)’ 순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해외 시장 공략 때 중점을 두는 분야가 있습니까.
“세계 어느 곳에서든 통하는 검은사막의 게임성을 유지하면서도 현지화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게임을 개발할 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했죠. 특정 국가 이용자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우리 식으로 해석하고 세계에 공통적으로 넣을 수 있을지 검토 후 반영했습니다. 콘솔용 게임 개발은 그동안 국내 게임사에 한계가 있었죠. 하지만 펄어비스는 자체 기술력으로 엑스박스원 버전을 개발했고, 이런 경험이 차기 신작을 출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봅니다.”
▷국내 ‘검은사막 모바일’ 콘텐츠는 어떻게 보강할 계획입니까.
“이용자 의견을 받아들여 업데이트를 1주일에 한 번 정도 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이런 경우는 드물죠. 올해도 다양한 콘텐츠와 이벤트로 이용자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해나갈 계획입니다. 이용자를 위한 오프라인 행사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늘 낮은 자세에서 소통하고 이용자와 콘텐츠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아이슬란드의 유명 게임사인 CCP게임즈를 인수했습니다.
“펄어비스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게임 개발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의 개발 능력과 지식재산권(IP)을 확장해줄 게임사를 찾았습니다. CCP게임즈는 아이슬란드에서 최고 정보기술(IT) 기업 중 하나로 꼽힙니다. 세계 최고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꼽히는 ‘이브 온라인’을 제작해 서비스하는 회사이기도 합니다. CCP게임즈처럼 글로벌 IP를 보유한 개발사를 인수하고 회사와 IP를 모두 확보하는 것이 세계적인 게임 개발사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펄어비스 성장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펄어비스는 많은 게임을 제작해 확률로 성공을 꾀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트리플 A급’ 게임을 개발해 많은 이용자에게 오래 사랑받는 것이 목표입니다. 게임 개발력이 필요하죠. MMORPG는 게임 개발도 중요하지만 출시 후 이용자가 계속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콘텐츠 등을 유지해야 합니다. 유통하고 있는 게임이나 신작 준비에서도 놀랄 만한 완성도를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국내 다른 게임업체와 달리 게임 엔진을 자체 개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게임을 개발하려면 게임 완성도에 큰 영향을 주는 게임 엔진을 자체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펄어비스의 기술력이 다른 상용화된 엔진으로 개발하는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게임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죠. 대부분의 국내 게임사는 해외의 상용화된 엔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펄어비스는 자체 엔진을 통해 5세대(5G) 이동통신, 클라우드 서버의 발달 등 IT 발전에 따른 새로운 환경에도 대응해나갈 계획입니다.”
▷우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국적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발굴해 같이 일할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총싸움 게임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아버지로 불리는 개발자 민 리와 인디게임계에서 유명한 김광삼 교수 등 스타 개발자를 영입했습니다. 앞으로도 잠재력 있는 신입 개발자와 실력을 갖춘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개발력을 더욱 끌어올릴 예정입니다.”
▷신규 게임 출시 계획이 궁금합니다.
“두 개의 대형 신작인 ‘프로젝트K’와 ‘프로젝트V’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PC, 모바일 등 어떤 플랫폼에서도 큰 차이가 없는 게임으로 만들고 있죠. 현재 차세대 게임 엔진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신작 모두 이 엔진을 적용할 예정입니다. PC·모바일·콘솔 플랫폼을 모두 지원하고 클라우드 방식의 게임도 가능한 게임 엔진입니다.”
▷앞으로 펄어비스는 어떤 게임사로 성장할까요.
“세계 게임 이용자가 사랑하는 게임을 계속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회사로 발전하고자 합니다. 국내 대형 게임업체들은 대부분 아시아 지역 등 특정 시장이나 한 개의 게임으로만 성장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성과를 낸 IP를 여러 개 확보한 게임사는 아직 나오지 않았죠. 펄어비스가 검은사막 IP를 계속 유지하고 차기작도 검은사막과 같이 세계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국 게임회사로는 처음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저 업체로 인정받는 게 목표입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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