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훈 "대북 제재 압박만으로는 핵포기 안돼"

입력 2019-04-04 16:22   수정 2019-04-04 16:25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첫 공개강연
“미북, 넓은 대화해야, ‘조기 수확’이 중요”
“하노이 회담 실패는 실무진 논의서 조율 안된 탓”
‘탑다운 방식’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 적극 반박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4일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더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가하면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환상”이라고 말했다.

한국 측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 본부장은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문재인 정부와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를 주제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참석했다. 이 본부장은 “제재가 북한이 ‘나쁜 결정’을 하는 것을 막는 수단(means)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제재가 우리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이 지난달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이날 공개 강연에 나선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이 본부장은 미·북 비핵화 협상에 대해 “미국과 북한이 조금 더 넓은 대화를 할 수 있길 바란다”며 “비핵화 뿐만 아니라 평화체제, 관계 정상화, 신뢰 구축 등의 문제에 있어 북미가 대화를 하면 (이 역시) 비핵화(를 이루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 조치도 함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어 “대화가 재개될 때 조기 수확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미북대화에 대한) 회의론에 반박하기 위해서라도 크든 작든 신속하고 성공적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선 “북·미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렬로 끝났지만 중요한 것은 북·미가 긴 시간 서로의 입장을 교환했다는 점”이라며 “특정 이슈와 관련해선 진전이 있었고, 거의 합의할 수 있는 상태까지 대화를 나눴다”고 평가했다. 이어 “하노이 회담의 실패 이유 중 하나는 실무진에서 최고위급으로 (대화의 의제가) 올라갈 때 조율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이 문제”며 “그렇기 때문에 정상급에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못했고 정상 간 의견을 좁힐 시간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데 대해 ‘탑 다운’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적극 반박한 것이다.

이 본부장은 내주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우리 정부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기 위해 역할을 할 시점”이라며 “이번 회담이 다시금 중요한 기회를 얻는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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