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완성하는 '쓰는 책' 잇따라 출간

입력 2019-04-04 17:32  

'나, 책' '부자언니…' '퇴사를…' 등
"종이책 강점 살린 역발상 눈길"



[ 윤정현 기자 ] ‘책은 읽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쓰는 책’이 최근 서점가에 잇따라 나와 눈길을 모으고 있다. 간단한 메모부터 재테크 일기나 자서전을 독자가 직접 써서 완성할 수 있게 한 책들이다. 컴퓨터 사용으로 필기구를 쓸 일이 줄어들고 있어 독자에게 더 신선하게 다가가고 있다는 평이다.

‘오늘의 내가 과거의 나와 마주하다’는 부제를 붙인 《나, 책》(프런티어)은 나의 이야기로 나만의 에세이를 완성할 수 있게 이끈다. 책엔 질문만 있다. 답은 독자가 써넣을 수 있게 구성했다. 미국의 교사이자 연설가, 라디오 방송인인 저자 나넷 스톤은 작가 테리 템페스트 윌리엄스의 “기억은 집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다”는 문장을 인용해 책의 의미를 설명한다. 나의 이름은 무엇이고 어떻게 불리고 싶은지부터 과거의 회상과 앞으로의 계획까지 하나씩 채워나가면서 단계적으로 삶을 정리해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재테크 컨설팅 회사 루비스톤의 유수진 대표가 쓴 《부자언니 1억 만들기》(세종서적)는 표지부터 책보다는 다이어리처럼 만들었다. 책의 제목은 뒤커버에 보일 듯 말 듯하게 새겨 놨다. 심지어 책의 3분의 1 이상은 ‘돈 덕후 데일리 노트’라는 이름으로 빈 페이지로 구성했다. 왼쪽은 매일의 주가지수와 환율, 유가 등을 적을 수 있는 목록, 오른쪽은 해야 할 일과 감사한 일을 적는 공간으로 남겨뒀다. 유 대표가 관리 노하우를 알려주고 자신의 경우를 예로 든 후, 뒷부분엔 독자들이 직접 매일의 경제 상황과 계획을 써넣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바른’ 퇴사를 위한 계획서인 《퇴사를 준비하는 나에게》(위즈덤하우스·사진)도 독자가 채워넣어 완성하는 책이다. 후회하지 않을 퇴사를 위한 48주 로드맵을 단계별로 안내하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고 현재 어떤 준비가 돼 있는지를 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뒀다.

《일의 기본》(소운서가)은 효율적으로 일하는 비결을 담았다. 좋은 판단이란 무엇인지부터 판단의 과정, 상황별 체크리스트 등 판단력을 높이는 법과 올바른 판단 방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소개한다. 책에 별도의 메모 공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책 자체를 메모장 묶음처럼 만들어 놓았다. 행간 줄을 긋고 군데군데 많은 여백을 뒀다. 200쪽 남짓으로 얇은 데다 판형도 작아 휴대가 쉽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쓰는 책은 각종 영상뿐 아니라 전자책과도 경쟁을 해야 하는 종이책만의 강점을 살린 역발상에서 나온 것”이라며 “나만의 콘텐츠로 재탄생한 책은 소장 가치도 덩달아 높아진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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