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 5G
쏟아지는 VR 콘텐츠
[ 이승우 기자 ]
1999년 연재를 시작한 한국 만화 ‘유레카’는 가상현실 세계에서 이뤄지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소재로 삼았다. 만화 속 인물들은 가상현실(VR) 헤드셋과 같은 기기를 착용하고 ‘로스트 사가’라는 게임 속으로 들어갔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19년.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만화 속에서 벌어지던 일이 현실로 다가오게 됐다. 5G의 3대 특징인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을 활용한 VR 서비스가 소비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초저지연 5G로 VR·AR 체험
LG유플러스가 서울 강남에서 운영 중인 팝업스토어 ‘일상로5G길’에는 VR 콘텐츠가 볼거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VR 기기를 쓰고 유명 아이돌과 가상 데이트를 하거나 ‘목욕의 신’ ‘옥수역 귀신’ 같은 유명 웹툰을 VR로 볼 수 있다. 안락의자에 앉아 ‘태양의 서커스’를 관람할 수도 있다.
박종욱 LG유플러스 모바일그룹장(전무)은 “연말까지 VR 콘텐츠를 1000편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힐링, 여행 등 새로운 분야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구글과 손잡고 VR 콘텐츠도 자체 제작해 유통할 계획이다.
SK텔레콤도 지난 3일 VR 콘텐츠를 선보였다. 다음달 방영하는 엠넷의 인기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인 ‘프로듀스X101’을 VR 영상으로 독점 제공하기로 했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한국 리그(롤챔스코리아·LCK)도 VR로 중계할 예정이다.
그동안 ‘신기한 기능’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증강현실(AR) 콘텐츠 제공 역시 본격화한다. SK텔레콤은 AR 게임 ‘포켓몬고’로 유명한 나이언틱과 제휴를 맺고 ‘해리포터 AR’ 게임을 제공할 계획이다. 현존하는 AR 기기 가운데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매직리프의 AR 글라스 ‘매직리프 원’도 독점 판매할 예정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전시회 ‘MWC 2019’에서 “5G 시대에는 AR 글라스가 PC와 TV를 대체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VR 서비스가 등장한 지 5~6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하드웨어와 콘텐츠, 네트워크의 한계로 생태계가 활성화하기 힘들었다. 5G는 기존 4세대 이동통신(LTE)이나 무선인터넷(와이파이)을 이용할 때보다 대용량 콘텐츠를 실시간 스트리밍할 수 있고 화면 지연도 줄어든다. LTE 통신사들이 5G 스마트폰 상용화와 함께 VR 서비스를 주력으로 들고나온 이유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5G 고가 요금제 가입자에게 VR 기기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생태계 활성화에 나설 예정이다.
클라우드 게임시장도 본격화
게임시장의 판도도 바뀐다. 5G 상용화로 클라우드 게임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클라우드 게임은 게임 파일이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돼 있고 스마트폰은 영상만 전송받게 된다. 모든 하드웨어를 클라우드 서버가 감당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사양과 관계없이 어떤 고사양 게임도 즐길 수 있다. 인터넷 접속 환경만 갖추면 어디서든 모바일 기기나 PC를 이용해 접속할 수 있다.
클라우드 게임은 10여 년 전부터 서비스됐지만 활성화하지 못했다. 네트워크의 한계로 이용자가 게임을 조작하면 게임에 반영되기까지 1초에 가까운 지연이 생겼다. 5G는 초저지연 특성 덕분에 이 같은 단점이 사라진다.
통신사와 제조업체 모두 클라우드 게임을 신규 콘텐츠로 들고나왔다. SK텔레콤과 삼성전자는 5G 사용자들에게 클라우드 게임 전문회사 ‘해치’의 무료 이용권을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 나우’를 국내 단독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구글은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개발자콘퍼런스(GDC)에서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스타디아’를 공개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텐센트 등도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에 나선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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