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백 멘' 동생 리카와 함께
'티격태격' 한국 무대 신고식
[ 조희찬 기자 ] “동생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존재죠. 하하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선수와 캐디로 호흡하는 ‘헨더슨 자매’가 있다면,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는 ‘다카바야시 자매’가 있다. 일본인인 다카바야시 유미(33)는 올 시즌 KLPGA투어에서 캐디이자 친동생인 리카(31)와 ‘풀타임’으로 뛴다. 4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제주CC에서 열린 KLPGA투어 국내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을 앞두고 만난 둘은 웃음이 끊이지 않는 유쾌한 자매였다. 다카바야시는 한국까지 따라온 동생 리카를 지그시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인생의 동반자까진 아니더라도 좋은 동생이에요. 올해는 필드에서 여동생과 싸우지 않고 잘해야죠.”
때로는 필드에서 티격태격할지라도 한국을 향한 둘의 마음은 같다. 다카바야시는 많은 사람이 ‘K팝’에 끌려 한국을 좋아하듯 ‘K골프’에 이끌려 KLPGA투어까지 왔다. 한때 언니처럼 골프선수를 꿈꿨던 동생 리카는 한국으로 건너간다는 언니를 따라가기 위해 몇 년간 다니던 제과회사에 바로 사표를 던졌을 정도로 열정적이다.
“3년 전 한국 선수들과 함께 합숙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노력하는 게 (일본 선수들과) 차원이 달랐어요. 한국 골프를 배우고 싶었고 또 한국 선수들은 어떤 분위기 속에서 경기하는지 궁금했어요. 폼도 정말 예쁘잖아요. 배우고 싶은 것이 정말 많아요.” 다카바야시의 말이다.
다카바야시는 171㎝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240m 드라이브 비거리가 강점이다. 이를 앞세워 지난해 11월 열린 KLPGA투어 정규투어 시드순위전에서 26위를 기록했다. 사실상 올 시즌 거의 모든 대회에 출전할 자격을 얻은 셈이다. 지금까지 일본 선수가 한국 대회에 출전한 경우는 많았으나 이처럼 1년 내내 뛰는 경우는 없었다. 다카바야시는 끝까지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내 비거리가 한국 투어에서 그렇게 큰 도움으로 작용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아이언 샷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할 것이 많고 또 한국에도 멀리 똑바로 보내는 선수들이 많다”고 몸을 낮췄다.
다카바야시의 첫해 목표는 시드 유지다. 더 많고 구체적인 목표가 있지만, 아직 한국 투어를 파악하지 못한 만큼 조금 더 뛰어보고 자신의 목표를 수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다카바야시는 “좋은 성적을 내 내년에도 KLPGA투어에 출전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카바야시는 1라운드에서 더블 보기를 범하는 등 긴장한 모습을 보이며 3오버파를 기록해 하위권에 머물렀다. 임은빈(22)이 첫날 보기 없이 버디 6개로 6언더파를 적어내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서귀포=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