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前회장 따라 퇴진한 듯
[ 김보형/박상용 기자 ] 한창수 사장(사진)을 비롯한 아시아나항공 고위 임원들이 사임 의사를 밝혔다.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양해각서(MOU) 연장 문제를 논의해야 할 핵심 경영진의 동반 퇴진으로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에 ‘빨간불’이 켜졌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과 산은이 본격적인 ‘샅바 싸움’에 들어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 사장과 김이배 경영관리본부장(전무), 김호균 재무담당 상무는 지난 3일 임직원들에게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사장은 1986년 금호그룹에 입사해 그룹 비서실과 아시아나 재무담당 임원을 거친, 박 전 회장 측근으로 꼽힌다. 지난해 9월 기내식 파동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수천 전 사장의 뒤를 이어 취임했다. 재무구조 MOU 연장 등 현안이 산적한 데다 후임자 선임도 쉽지 않아 이들의 사표 수리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재계에선 아시아나항공 핵심 경영진이 사임을 밝힌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산은이 6일 만료되는 재무구조 개선 MOU 기한을 이날 1개월 연장해 줬는데 곧바로 물러났기 때문이다. 한 사장과 김 전무, 김 상무 등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 뒤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로 돌아온 직후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산은이 제시한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 방안에 대한 반발로 이들이 사의를 밝힌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박 전 회장 측은 에어부산 및 에어서울 지분 매각 등의 자구 노력을 제시한 반면 산은은 사실상 ‘그룹 해체’를 의미하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33.4%)을 팔라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박 전 회장 일가→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에서 아시아나항공이 빠진다. 그룹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아시아나항공이 이탈하면 금호아시아나는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금호리조트만 거느린 소그룹으로 전락한다. 박 전 회장이 쉽게 수용할 수 없는 요구인 것이다.
재계 일각에선 항공산업 특성상 최고경영자(CEO)와 관리·재무담당 임원이 한꺼번에 물러날 경우 안전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김보형/박상용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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