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업계 생존 위한 경쟁 중…생산성 높여야
국내 완성차 업체가 제조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 가격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반면 수입차는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를 해결하지 못하면 가격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번지고 있다.
5일 현대자동차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8년도 사업보고서를 보면 국산 레저용 차량(RV)의 평균 판매가격은 3827만원이다. 2016년 3166만원에서 이듬 해 2940만원으로 낮아졌지만, 지난해 다시 큰 폭으로 뛰었다.
RV에는 SUV와 다목적차량(MPV)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대부분은 SUV다. 미니밴을 제외하고 대표적 MPV인 기아자동차 카렌스, 한국GM 올란도 등이 단종 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국산 SUV를 사려는 소비자의 부담이 더 커졌다는 이야기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수입 RV는 싸지고 있다. 지난해 평균 가격은 3393만원으로 국산과 비교해 11%가량 낮았다.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4027만원, 3844만원으로 집계됐다.
국산과 수입 RV 판매가격뿐 아니라 판매 여건이 달라지고 있는 근본 원인으로 높은 인건비와 낮은 생산성이 지목됐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공장은 인건비가 높아 한 대를 제작하는 비용이 많이 든다"며 "수입차는 현지에서 높은 생산성과 관세 혜택을 무기로 생존을 위한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단적인 예로 수입차 공식 딜러는 '제 살 깎아먹기' 지경에까지 이르도록 할인 공세를 펼치고 있지 않느냐"면서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가 제 값을 받기는 힘들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은 12.2%였다. 경쟁사인 일본 도요타(5.8%), 독일 폭스바겐(9.9%) 보다 높았다.
같은 해 한 대 생산 시 투입 시간은 국내 공장이 26.8시간. 도요타(24.1시간), 미국 제너럴모터스(GM?23.4시간)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 임금은 높지만 생산성은 현저히 떨어졌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노사가 생산단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내 완성차 업체는 역수입 등을 고려할 수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고비용?저효율 구조에 한국 자동차산업은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402만8834대로 집계됐다. 2015년 455만5957대를 기록한 뒤 3년 연속 뒷걸음질치고 있다. 2016년에는 422만8509대, 2017년 411만4913대로 줄었다.
생산량 순위는 2015년 세계 5위에서 이듬해와 2017년 6위, 지난해 7위로 주저앉았다. 경직된 노동 시장과 회사 및 노동조합 간 대립적 관계 등이 생산성을 떨어뜨렸다는 게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분석이다.
차량가격을 낮추기 위한 수입차의 '군살 빼기' 공세는 이미 합리적인 소비자의 발길을 돌려세우고 있다. 볼보자동차는 플래그십(최상위) 세단 생산공장을 중국 다칭시로 옮기고, 2019년형 S90을 전량 이 곳에서 만들고 있다. 세단 선호도가 더 높은 아시아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해서다. S90의 구매가격은 한국에서 600만원가량 저렴해졌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