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에서 기업은 어떤 존재인가" 진지하게 토론해보자

입력 2019-04-07 17:41  

제대로 된 일자리와 떳떳한 소득이 진짜 복지
그런 터전 제공하는 주역이 기업, 옳게 인식해야



지난 주말 두 명의 국내외 명사가 기업의 존재가 국가적으로 갖는 의미와 역할에 대해 통찰력 담긴 화두(話頭)를 일깨워줬다. 미국 최대 금융회사인 JP모간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주주에게 보내는 연례서한’에서 “성공한 대기업 없이 부강해진 나라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공한 대기업이 없는 나라는 일자리도 없고 기회도 충분하지 않은, 성공하지 못한 나라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기업 길들이기’ 부작용을 경고한 대목도 새길 만하다. 다이먼 회장은 “정부의 기업 통제는 기업과 시장의 비효율·특혜·부패로 이어진다”고 비판했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이 안민정책포럼에서 언급한 일자리 해법도 우리 사회가 진지한 담론의 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박 명예회장은 “세금을 쓰는 일자리가 아니라 세금을 내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신성장 동력 창출 관점에서 고용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금 쓰는 일자리 하나를 창출하려면 세금 내는 일자리 10개를 만들어야 지속성장이 가능하다”고 한 대목에서는 무릎을 치게 된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은 두 명사가 제시한 처방과 반대되는 상황 속에 있다. 정부가 지난 2년간 54조원의 일자리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고용 상황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해 거리 청소 등 초단기 일자리 5만9000개를 급조하더니 올 들어서도 노인 단기 일자리 사업 시행을 앞당기는 등 사실상 ‘고용 분식(粉飾)’에 급급하다. 일자리와 국부(國富) 원천인 기업들은 최저임금 급속 인상,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 등 반(反)기업·친(親)노조 정책 탓에 해외로 내몰리고 있다.

‘일자리 정부’를 자임한 현 정부에서 ‘일자리 참사’가 빚어지는 원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돌아볼 때가 됐다. 정부와 정치권, 경제단체, 학계 등이 ‘제대로 된 일자리와 떳떳한 소득 없는 인권 보장과 국민 행복이 가능한가’ ‘ 진정한 인권과 국민행복의 원천으로서 일자리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 정부와 기업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등을 놓고 끝장토론이라도 벌여야 할 것이다.

현 정부가 ‘더불어 잘사는’ 국민 행복 원천이 일자리에 있고, 그런 일자리를 제공하는 주체가 기업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는 것은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국정책임자들의 말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확인된 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업, 특히 글로벌 경쟁을 이겨내며 성장한 대기업들에 대해 곱지 않은 인식을 드러내는 발언도 자주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함께 이룬 경제 성장의 혜택이 소수 상위 계층과 대기업에 집중됐다”고 말한 것은 그런 점에서 실망스러웠다. 대기업들의 성공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진 건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아직도 많은 사람이 어려운데 너희만 잘나가는 거냐”는 식의 담론은 대중의 왜곡된 인식과 편가르기로 우리 사회를 소모시킬 뿐이다.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 수장(首長)이 기업에 대한 편견을 수시로 드러내고 있는 것은 더욱 걱정스럽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취임 초기 “재벌 혼내느라 늦었다”고 말해 기업인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며칠 전에는 여당 의원들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여당이 왜 기업 걱정을 하느냐”는 막말 수준의 대꾸를 했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중반기에 접어들었지만 일자리 상황은 악화일로다. 그 원인이 경제정책, 특히 기업을 대하는 관점 및 시야의 편협함과 잘못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 지도 꽤 됐다.

최근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보수·중도·진보를 아우른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한 데 이어 경제원로 8명을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열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진짜로 쓴소리할 단체와 원로는 빼놓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런 얘기부터 귀 기울여야 진정한 소통의 정치와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 내 진정 더불어 잘사는 세상을 열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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